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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16 09:04:50
  • 수정 2022-04-13 07: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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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詩人

[기고 = 유영희] 모처럼 햇빛이 해피송을 부른다. ‘자연이 내게 너무나 아름답게 비치는 구나!’ 괴테의 오월의 시 첫 행의 환희를 느낀다. 크고 화려한 여름꽃 분홍색 부용화와 연노랑 닥풀꽃이 해가 보내준 사신 같이 피었다.


활엽 어딘가에 숨은 매미도 비로 침몰한 시간을 털어내며 운다. 사람도, 나무도, 곤충과 소도, 자연의 급습에 휘말려 힘겹고 암담하지만 하늘을 원망만 하지 않고 다시 복구에 뛰어든다.


‘하늘도 무심하시지’를 생각 없이 말했었다. 돈이 없다고, 하는 일이 되지 않는다하여 ‘복이 없다’는 말을 남발하며 살아왔다.


요즘 그토록 나를 지배하던 화두에서 벗어났다. 코로나19 시대 코로나 걸리지 않은 것, 물난리에 수해 입지 않은 것으로 우리는 이미 복을 받았노라 세상을 향해 공손하고 겸허한 인사를 한다.


어떤 일을 장담하기 힘들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게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의 운명이 아닐까, 혹여 쓰임을 다한 무생물의 운명조차 새롭게 재탄생되어 쓰이는 반전이 있다.


‘우리의 운명은 겨울철 과일나무와 같다. 그 나뭇가지에 다시 푸른 잎이 나고 꽃이 필 것 같지 않아도 우리는 그것을 꿈꾸고, 그렇게 될 것을 잘 알고 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토사와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러할 것임을 안다.


소소한 일들이 실타래처럼 풀리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행복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타인의 불행한 시간에 참 미안한 말이지만 궁즉통은 궁하면 통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 나갈 수 있다는 그 뜻을 신조로 삼고 살아온 결과다.


목걸이, 반지, 팔찌가 없어도 마음은 이미 보석의 원석으로 빛나고 있다. 누구에게 빼앗길 염려가 없으니 마음도 편하다.


세상 소식을 잘 듣지 않던 무심한 내 귀와 눈이 자꾸 거기로 간다. 살면서 자기 행복에만 젖어 사는 일도 어리석고 우둔한 일이다.


산사태로 무너진 집과 마을의 건축물, 생사를 넘나드는 사람들과 가축, 땀 흘려 지은 농사가 사라진 농부의 들판, 끊어지고 붕괴된 교각과 침수된 도로, 말할 수없는 재해가 햇빛 속에서 아직 슬프게 고여 있다.


부용화와 닥풀은 큰 꽃잎에 걸맞게 아주 유용한 성분을 가지고 있다. 꼭 이 꽃이 아니어도 수많은 여름 꽃들은 아름다운 모양, 향기와 더불어 인간에게 ‘약용’이란 귀한 약재로 소명을 다한다.


맥문동, 목면화, 백련초가 그러하다. 부용화의 뿌리와 껍질은 해독과 해열에, 닥풀 뿌리는 한지 제조 점활약에 중요하다고 하니, 모든 것을 주고도 방긋이 웃어 주는 꽃을 보며 사람이여! 힘을 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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