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0-09-10 10:21:38
기사수정






천장에는 부서진 별들이 반짝인다

 

홀 안에 별별 별이 모여있다 가면을 쓴 사람들이 술잔을 부딪치자

악단이 '무도회의 권유'를 연주한다

묵직한 첼로의 선율이 울린다

사자가 옆에 있는 흰 고양이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며 춤을 청한다

고양이가 한 발짝 물러서며 고음의 클라리넷 음색으로 춤을 거절하는데

사자는 다시 한번 손을 내밀고 고양이는 그 손을 다잡고

중앙 홀로 나간다

 

너구리, 호랑이들이 춤을 춘다

천천히 연주하던 선율은 경쾌하게 바뀌고

가면들은 흥겨운 몸짓으로 바닥을 훑는다

얼굴 뒤에 감추어진 영혼은 절정의 리듬을 탄다

희열과 슬픔이 교차하는 그들

 

"만족하셨나요"

"예"

첼로와 클라리넷의 가벼운 입말의 대화가 끝나기도 무섭게

 

"뭐얏, 밥 다 타잖아!"

 

압력밥솥에선 탄내가 진동하고

된장찌개는 렌지를 넘어서 국물이 바닥으로 흥건하게 고였다

 

2막에서 늑대가 씨근덕거리고

샐쭉해진 여우는 행주를 찾느라 허둥지둥

'무도회의 권유'는 숟가락 박수 소리로 달그락거린다

 

    





 

지나간 일과 앞으로 이룰 꿈에 대해 우리는 회상과 상상을 하며 살고 있다. 부정적인 심상心像이나 강한 의념意念은 티벳 승려들이 칭하는 툴파 tulpa라는 상념체想念體를 쉽게 생성해내기도 하기에 주의해야 하는 반면 긍정의 소원은 시간이 걸려도 꼭 이뤄진다. 이러한 원리는 불교를 비롯해서 과학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조절하는 자아를 나타내는 가면과 감각적 이미지 그리고 심리적 거리 사이에서 시인의 시가 별처럼 반짝인다. (박용진/시인․평론가)


 

 







이경숙 詩人

    


 

2018《두레문학》으로 등단

시집『목이 긴 행운목』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rtimes.co.kr/news/view.php?idx=14247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안성불교 사암연합회, 부처님 오신 날…
2024 안성미협 정기전
문화로 살기좋은 문화도시 안성
0.안성시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운영
'고향사랑 기부제'
한경국립대학교
만복식당
설경철 주산 암산
넥스트팬지아
산책길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