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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9-21 07:00:28
  • 수정 2022-04-13 07: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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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이토록 가슴 아픈 말

 

▲ 유영희 詩人.

배추 세일문자를 받은 사람들이 마트 문이 열기도 전 손수레를 끌고 기다리고 있다.

 

올해 여름 긴무더위와 장마로 연일 모든 채소가격이 천정부지 고공행진으로 슈퍼스타 배추의 인기가 대단하다. 한포기 만원이 넘는 가격에서 한망(세통) 만오천원이니 난리는 당연하다. 공수된 물량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한시간만에 완판이다.

 

외출과 외식모임이 자제되니 ‘의식주’ 세 가지 중 먹을 것에 대한 소비와 지출이 늘어났다. 쌀 소비가 안 되어 걱정이었던 말은 사치스런 옛말, 사람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당연 ‘배고픔’에 있다.

 

문화와 여가생활도 배고픔 해결의 근본적 충족이 없는 상태에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과 일맥상통한다. 날마다 세일이 걸린 상품은 진열과 동시에 동이 난다. 예전보다 더 많이 움직여 진열대를 꽉꽉 채우며, 먹고 사는 일에 급격히 다급해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이 생의 철학이 되어간다.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 현상이 올 때마다 풍작의 노래는 사라진다. 시금치 한 단 5.800원, 무 한 개 4.000원, 오이와 호박 두 개 3.000원, 그리고 상추와 각종 야채를 덥석 집어 바구니에 넣는 일에 망설여진다.

 

요즘 보릿고개를 말로만 듣던 나도 애절한 가사의 노래를 다시 들어본다. ‘아이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한 소절만 들어도 이토록 가슴 아픈 말이 또 있으랴.

 

백과를 보니 추수기 전 피고개라 하여 식량궁핍기가 있었다. 이 때, 식량이 궁핍한 농민을 춘곤민(春困民)이라 하였다. 아직도 무료 급식이 없으면 굶는 아이가 있고, 무료 급식 배급만 기다리는 가난한자가 많다, 생각해보면 허기로 가득했을 그 시절 말이 그리 오래전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 선생은 ‘땅의 옹호’라는 글에서 ‘자본과 기술의 힘으로 얼마든지 자연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인간 교만심의 결과로 스스로 생존의 발판을 제거하는데 열중하고 가장 난폭하고 어리석은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이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다. ‘생존 발판 제거’의 책임은 환경파괴로 인한 여러 가지 변화에서 온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가을은 수확의 시기다. 과수원 붉게 익어가는 사과나무아래 낙과의 잔해가 풍장하고 있다. 살아남은 열매는 푸른 하늘아래 눈물겹게 위대하다. 바로 그가 지향한 공생공락(共生共樂)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따뜻한 우애와 보상을 이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햇김치와 햅쌀로 차린 밥상이 있는 이번 추석도 모든 가족이 다 행복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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