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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0-18 08:35:42
  • 수정 2022-04-13 07: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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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풀은 한 계절을 살다 가고, 나무는 해마다 높게 자라며 굵기도 성장한다.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비우는 일에는 여행이 제격이다.


어느 날 훌쩍 떠나다 보니 제법 가슴 안에 들어온 것이 많다. 나와 스쳤던 이름 모를 풀과 꽃들, 바람, 새, 늙은 집, 노인, 마을, 보호수, 정자를 보며 언젠가 그들 이름의 하나가 될 나의 이름 놓아본다.


짧은 시간 여행을 준비하지 못 하면 인생을 그려줄 풍경은 없다. 길을 가다 가호(加護)가 분명하고 신령한 나무 앞에 서서 세상사 시달린 이야기 풀어 울어도 좋을 나무 이야기 들으면 어떠한가, 스스로 질문한다.

 

무병장수는 병이 없이 오래 산다는 뜻이다. 낙엽송 높이 솟은 산속 깊이 들면 산신을 모시는 산신각이 유난히 많은 이유도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인간의 소원성취 발원 간절함에서 온다는 생각에 숙연해진다. 푸른 하늘과 푸른 초목이 마주하여 서늘한 영험의 온도를 맞추는 숲속을 지날 때 몸의 지게에서 떨어지는 무욕(無慾)이란 태아와 조우하게 된다.

 

순간순간 정렬한 사유에 끼어드는 괴로움들이 있다. “인생에 사랑을 만나게 되면 시간이 멈춘다는 말은 진실이야. 그러다 흘러가기 시작하면 못 잡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지.” 영화<빅 피쉬>

 

항상 지나간 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음미의 말이다. 오늘 근무 중에 전화를 받았다. 홀로 된 남동생이 다리가 부러져 이송된 병원에서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전화였다.


당장 갈 수가 없어서 애만 얼마나 탔는지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다. 이렇게 아플 때 저 오백년 시간을 견딘 팽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감나무, 은행나무, 회화나무, 버드나무도 그러했겠지. 간절한 것은 이렇게 전해온다.

 

마을의 안위를 지키는 나무 어르신들도 인간이란 병원이 필요하다. 그 늙은 자궁 안에 들어 보송보송 자라 날아간 새들과 나무의 세계를 지켜보는 인간의 확장된 따뜻한 눈이 필요하다.


오늘, 내일이란 주어진 시간 살다 가는 애틋한 작은 풀이란 이름이여, 인간이 명명한 불가촉천민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이란 풀꽃, 잎새, 낙엽이란 순수한 빛으로 물들어 살다 가자. 덤블링 하다 산화하는 자연계 눈물이 슬픔이라 말하며 연소한 적 없듯이 풀과, 나무, 사람이 서로 위안하며 동행하는 아름다운 여행이 그대에게 있다.

 

“나무에게 풀은 동반자이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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