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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1-07 09: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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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 뒷목을 끌어당기는 피로가 이슥하다

 

잘 볶아진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나

커피머신에서 갓 뽑아낸 에스프레소로는

해결할 수 없는

설탕과 커피와 프리마의 황금비율이 만든 종이컵

커피의 치명적 매력을 아는지, 순서지를 뽑아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곧 부서질 것 같은

낡은 수레 하나

종이컵 커피를 마시던 아버지

입가에 묻어나던 안도의 미소가

땀을 흘리다 주름진

혈관마다 빠르게 도는 블랙 수액

위태롭고 쓸쓸하지만 반짝 피어오르던

 

백원짜리 동전 세 개가 만든 위로

혹시

당신이 또렷한 목소리로 그 커피가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여러 개의 해악을 반나절쯤

나열한다 해도

오후 네 시는 그렇다

손에 쥔 꼬깃한 순서지를 던지고

화살기도보다 빠른 달달한 6온스 종이 커피에

기대 이 어둔 터널을 지나고 싶은

 

    




 

하루를 구분한다면 낮과 저녁을 포함한 새벽부터 밤까지 이리라. 시간적 순서를 따르는 시에서 시적 주체는 '격려'다. 오후 네시는 저녁을 향하는 경계가 모호한 낮 시간대지만 심신엔 피로가 몰려오고 기대치가 높아지는 퇴근 이후의 휴식 자유의 연상으로 두물머리처럼 복잡해진다. 커피를 마시며 생각나는 아버지를 따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구수영 시인

 



2018년 신달자시인 추천 시와 편견 등단

2019년 나무는 하느님이다 시집 상재

시편작가회, 시사모 동인

영주일보 “디카시가 있는 목요일”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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