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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5-14 08: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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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이라는 우주

어둔 우주 안에는 

씨앗이라는 환한 우주가 있으니 

 

조계산에 송광사보다 앞서 암자가 있었지 넓고도 심오한 암자라 진각국사 혜심이 깃들어 선문염송을 읊조릴 적 도라지 씨앗 하나가 화두 참선에 들었던 것인데 여순사건 한국전쟁에 암자가 불타도 참선 중인 도라지 씨앗은 히말라야 설산을 품었는지 타기는커녕 텅 텅 허공소리 내는 빙산이었지 

 

훗날 폐사지 덤불 헤치고 암자를 복원했는데 암자 받드는 축대 안 토굴에서 진즉 대오한 도라지가 보림을 하였음에 소나기 지난 어느 하안거 축대 틈에서 새벽 범종소리가 천지로 울려 퍼졌던 것인데 

 

도라지부처꽃이 피었네

하얀 부처꽃 

보라 부처꽃 

서로 기대어 피었네

암자는 더욱 환하고

 

별이 많던 어느 하안거부터 도라지꽃 피지 않지 움틀 생각을 안 하시는 건가 부처님 부르며 토굴 안을 들여다보아도 범종 울리시나 귀를 대어 보아도 텅 빈 고요 뿐목탁소리 염불소리에도 학승 향한 노승 할이나 방에도 도라지부처꽃 더 이상 피지 않네

 

생사에 아무 마음이 없어

언젠가 그대 오는 날 

도라지부처꽃 다시 피우시려나

캄캄한 토굴에는 

백년이고 천년이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환한 침묵과 고요가 있다

 

틈이라는 우주

어둔 우주 안에는 

씨앗이라는 환한 우주가 있으니 

 

 

    



 

틈의 사전적 의미는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와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 따위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여유라는 뜻으로서 시간성과 장소성을 포함하고 있다. 틈은 누구에게나 현실적 존재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태(可能態)의 의미가 있지만 시인에게 있어서는 성찰의 여백이 된다. 틈이라는 우주에는 씨앗이 있고 부처꽃이 있고 고요가 있기에, 틈이 환하다.(박용진 시인/평론가)

 

 

 





석연경 詩人




밀양 출생,

2013 『시와 문화』시,  2015 『시와 세계』평론 등단

시집『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등이 있음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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