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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30 09:26:51
  • 수정 2022-04-13 07: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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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화담숲으로 가는 길, 점심을 먹기 위해 맛집으로 이름난 설봉산 자락에 위치한 식당에 들렀다.

 

만석에 가까운 자리였지만 탁자와 탁자와의 간격이 넓고 여유로워 열 체크와 인증 절차를 하고 음식을 주문했다. 쭈꾸미볶음과 꼬막비빔밥 3인분을 시키니 들깨수제비가 덤으로 나왔다.

 

주변을 돌아보니 석쇠불고기와 비빔냉면, 양념 코다리구이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이 메뉴판에 빼곡하다. 번호표를 받고 대기해야 먹을 수 있는 집이니 음식도 총알같이 나온다. 느긋하게 먹고 있으면 눈치가 보일 정도라 우리는 폭풍흡입을 한 셈이다.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간 뒷마당에서 주방 풍경을 보게 되었다. 오늘 날씨는 왜 그리 더운지 가만히 있어도 줄줄 땀에 젖는데, 여러 개 가스 화구 앞에서 웍을 놀리는 현란한 손놀림의 젊은이가 쭈꾸미볶음의 불 맛을 내기 위해 토치로 그슬리는 일을 쉴 틈 없이 하고 있었다.

 

순간, 사는 일이 저리 벅차고 고되어야만 하는가. 바삐 움직이는 다른 직원들의 모습을 오버랩하며 대박집을 이끈 힘이 저들이구나! 하는 인생철학을 품고 화담숲에 도착했다.

 

화담숲의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교감할 수 있는 엘지상록재단이 지향하여 복원한 생태수목원이다. 수목원에 들어서니 파란빛 산수국이 지천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이렇게 많은 산수국자생을 본적 없는데 알고 보니 산수국 축제가 해마다 열리는 유명한 곳이었다.

 

아직 위세가 남은 황국화가 있고 루드베키아, 크레옵시스 노란 꽃들 사이로 개망초 하얀 군무가 휘날레다. 양치식물들 사이로 하늘거리는 큰까치수염도 주어진 시간과 항해중이다.

 

원앙연못의 잉어와 분수, 다람쥐와 사랑앵무를 지켜보며 모노레일을 타고 전 코스를 순환해 돌았다. 너무 더워 애초에 걷기로 했던 약속을 소리 없이 깼지만 파괴되지 않은 자연에 행복한 감탄사를 날리는데, 나무를 곱게 전지하는 작업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저들의 손끝에서 아름다운 나무가 탄생했구나. 그래서 행복한 숲은 사람에게 힐링을 주는 여백의 거울이 되었다는 걸 생각하니 한 잎, 한 빛, 한 소리가 다 소중하다.

 

숲속 화장실에서 청소를 하시는 분과 마주쳤다. 숲처럼 고요가 배인 그분은 조용히 손님을 기다렸다가 마무리를 하셨다. 숲은 저렇게 고요를 사람에게 배이게 하는구나.

 

오늘 불쇼를 구경하게 했던 주방의 웍 마법사와, 정원사와, 화장실 청소부가 생각나 그 숲길의 새들을 다시 부른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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