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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05 09:37:16
  • 수정 2022-04-13 07: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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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1박 2일 일정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평창강과 코끼리 형상의 산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는 꽃마리펜션에서 짧지만 알찬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 야심차게 평창강가 느릅나무와 아카시아 시원하게 그늘 드리운 곳에 가옥형 텐트를 치며 낭만을 즐기려는 계획이었으나, 낡은 텐트 뼈대와 연결부분이 무언가 맞지 않아 소금 땀에 범벅이 되어 두어 시간 넘게 걸려서야 완성을 했다.

 

문제는 하늘이 점점 흐려지면서 다슬기를 잡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천둥이 치더니 굵은 소낙비가 세차게 내리는 것이었다. 갑자기 비를 피할 장소도 없고, 급히 텐트 타프를 내리는데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 거인처럼 오랫동안 창고에서 잠자다 깨어난 텐트라 방수 기능을 잃어 닭똥비를 구멍으로 쏟고 있는 게 아닌가.

 

옆에 있던 붉은 산딸기도 젖고, 지천인 참나리꽃, 이름 모를 풀과 꽃, 나무들, 심지어 강물에 이끼 낀 돌과 물고기, 다슬기도 다 초연한데 우리 일행만이 동동거릴 뿐이다.


짐을 실어 철수를 했다. 비 맞은 생쥐 모습으로 두 번째 전화한 곳 사장님 목소리가 밝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루드베키아가 낮은 돌 틈 사이로 지천이다. 방긋 해바라기도 반긴다. 은퇴 후 노년의 삶을 시작한지 삼년차인 부부가 운영하는 펜션 정원을 바라보니 잠깐의 고생이 사라졌다.

 

이 마당은 초록잔디와 루드베키아와 인디언 핑크로 칠한 외벽이 눈길을 벗어나지 못 하게 한다. 거위, 강아지, 물 긷는 여신과 같은 다양한 조형물, 새둥지와 다육이 화분을 보며 주인의 닳고, 까슬한 피부와 손톱에 눈길 닿는다.


우리가 묵을 채송화실 방 입구는 풍선초가 줄을 타고 오르고 아까워 뽑지 못한 구절초 네그루 조심히 피하며 들어간다. 종일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숯을 피우고 캠핑의 꽃인 바베큐 준비가 시작된다.


앞산 산허리와 정봉 비온 뒤 운해가 피어오른다. 천천히 오르는 무아지경 황홀한 아름다운 속도에 넋이 나가 바라본다. 고달픈 일상이 녹아내린다. 그래, 이렇게 사는 거지, 나의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인데 스스로 철학자인양 고고한 철학을 고기 한 점 물고 생각한다.

 

! 행복하다, 잠시 절정의 시간과 도킹하고 조우했으니 인생 어떤 슬픔과, 괴로움이 와도 저 운해처럼 초연히 퍼지고 흩어질 수 있으리.


나이프로 캔버스에 만개 후 지려고 하는 루드베키아를 그렸다. 노란색이 금빛과 같은 때처럼 시들해지는 꽃의 시간도 은은하기 그지없구나.

 

그림을 좋아한다는 여주인이 걸은 벽면의 그림들을 지나 빈 곳 돌출한 못이 있어 그림을 거니 제자리인양 맞는다. 잘 머물다 가는 차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이런 아름다운 대작을 받아 너무 행복하고, 행운이 올 거라고.

 

나의 마음도 만개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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