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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작가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 30-16편 안성포도, 알고 보니 프랑스산(?) 아니면 독일산(?)
  • 기사등록 2021-08-31 08: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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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에 걸쳐 연재되는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는 2019년 9월에 출간되어 3쇄를 찍은 작가 송상호의 책이다. 그가 안성사람들의 자긍심과 안성의 미래를 위해 쓴 책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총 30편의 이야기를 매주 1편씩 안성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도록 만들어졌으며, 안성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편집자 주]


▲ 송상호 작가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안성하면 포도’라는 걸 안성사람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안성, 대 이은 최대 포도 명산지’란 기사에서 “예전에는 포도하면 안성이 가장 유명했으나 도시화가 진전되고 땅의 힘이 떨어지면서 생산량이 감소하여 입장(천안)이 그 명성을 이어 받았다. (중앙일보 1992. 8.29)”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안성은 시 자체적으로 ‘포도박물관(안성시 서운면 방아동길 68 )’과 포도 축제(11년째 서운면에서 ‘안성맞춤 포도축제’ 개최)를 하고 있는 곳이다. 안성이 이러는 데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

 

시험에 나오진 않지만, 알아두면 좋은 ‘안성 5대 농특산물’

 

안성의 ‘5대 농특산물’이 있다는 거 아는가. 이것은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알아두면 좋다. ‘배, 인삼, 쌀, 한우 그리고 포도’가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가 그만큼 많이 생산된다는 이야기다. 그 중 포도가 안성에서 만들어낸 역사는 특별하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생산되는 품종은 크게 미국계와 유럽계로 나뉜다. 우리나라 포도는 미국계 포도가 73.5%를 차지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미국 현지의 기후와 자연환경이,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럽계 포도의 원산지는 중동지역이며, 기원전에 아프리카 북부지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로 전파되었다. 지금 지구별에는 이 포도가 대부분 생산되고 있다. 안성포도는 이런 면에서 세계적인 포도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포도는 지중해성 기후(고온건조, 알카리성 토양)에 적합한 품종이기에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고 고온다습한 환경에선 유럽현지처럼 자라나긴 쉽지 않은 포도다.

 

이런 상황인데도 안성에 유럽계 포도가 자리를 잡은 것은 특이한 경우다. 거기다가 안성이 이 포도를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하고, 확산시킨 곳이라는 것은 분명 역사적인 일이다.

 

안성에 처음 포도가 들어온 건 순전히 종교적 이유였다.

 

그가 안성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1901년(고종 18년)이었다. 용산신학교에서 그해 2월에 안성성당(현재 구포동 성당)의 신부로 부임했다. 그는 프랑스 사람 공베르(영문명 : 콤벨트)신부 다.

 

그는 곧 한국이름 ‘공안국’으로 바꿨다. 안성역사에선 주로 그를 ‘공안국 신부’라고 부른다. 그는 1901년~1932년까지 30여년을 안성성당에서 사목을 한 신부다.

 

그가 처음 안성성당에 올 때, 두 손에 들고 온 게 있었으니 바로 포도묘목이었다. 그가 그렇게까지 포도묘목을 들고 온 것은 가톨릭의 미사를 위함이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에선 성찬식이라는 의식이 있다. 세례를 받은 교인들이 성직자가 주는 떡과 포도주를 마신다. 떡은 예수의 몸을, 포도주는 예수의 피를 상징하는 의식이다.

 

기독교에선 핵심적인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식을 중요시 여긴 공베르신부는, 당시 안성에 포도가 없음을 알고 포도묘목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 포도묘목이 안성에 들어온 지 118년이 되었다. 유럽계 포도로는 우리나라 최초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포도가 들어온 건 1906년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최초인 셈이다. 1906년 뚝섬에 원예 모범장과 1908년 수원에 권선모범장이 설립되어, 외국에서 들어온 포도품종들이 본격적으로 시험 재배되었다.

 

공베르 신부는 단지 자신이 집행하는 종교의식에 흠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한 일인데, 훗날 안성지역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럽계 포도의 효시가 되었다. 그는 이리 될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아인슈타인, 간디, 슈바이처, 에디슨 등도 훗날 자신들이 그렇게 되리라고 그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하다못해 고려말기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몰래 훔쳐왔다는 ‘문익점’도, 단지 목화씨를 밀수했을 뿐인데, 지나간 시절에 수많았던 왕조의 신하 중 한 사람이었을 뿐인데, 우리 역사에 이름 석 자를 올렸다. 역사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안성포도는 공베르신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었다.

 

공베르 신부의 포도묘목이 안성으로 오게 된 경로는 이랬다. 안성시 포도연구회장 홍성욱의 연구자료(2006. 11 .2)에 따르면 뮈텔주교(당시 용산신학교 주교관)의 일기(서울 혜화동 소재 카톨릭대학교 도서관 소장)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1894년 3월 25일 중국 톈진에서 생송씨가 보내준 42그루의 포도나무를 르페브르 씨가 가지고 왔다. 그해 3월 29일 생송씨가 보내준 포도나무를 심었다. 1901년 3월 28일 나는 한나절을 포도나무를 전지하는데 보냈다.”

 

바로 그 포도가 공베르 신부에게 주어진 것은 이러한 사전 배경이 있어서였다. 뿐만 아니라 안성에 처음으로 그 포도를 가져온 이는 공베르 신부였지만, 24년 뒤 본격적으로 농장에 옮겨 심어 확산시킨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안성성당의 평신도 회장 박숭병 씨였다.

 

그는 안성성당 마당에 있던 포도를 삼덕포도원(지금 동신아파트 자리)에 본격적으로 심어 재배했다. 그렇게 심기 시작한 것이 바로 지금의 ‘안성포도의 농장생산’의 시작이 되었다. 바야흐로 성당의 종교용이 아닌 농가의 생계용 포도생산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의 안성포도가 확산되고 유명해진 것은 공베르 신부 한 사람만의 노력이 아니었다. 생송, 르페브르, 뮈텔 그리고 박숭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사에 빛나는 주연은 역시 함께 하는 조연이 있기에 가능한 거였다.

 

무엇보다 자연이 도와주어야 했다. 예로부터 안성은 적절한 기온 차와 밤낮의 큰 일교차로 과일의 향과 맛이 풍부한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토양과 토질이 우수해 과일 생산에는 최적지로 손꼽히고 있었다.

 

공베르 신부의 포도는 안성(다른 지역이 아닌)을 만났기에 꽃피운, 그야말로 ‘안성맞춤 포도’였다. 역사는 역시 혼자 이루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그리고 하늘과 운명이 만나 더불어 이루는 것이었다.

프랑스사람 공베르 신부가 안성에 처음 가져온 포도는 프랑스산이 아니라 독일산 머스캣함부르크였다는 사실도 재밌다. 


[덧붙이는 글]
저자 송상호는 안성에 이사 온 지 20년차다. 2001년 일죽에서 ‘더아모의집(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집)’을 열었으나, 텃새로 인해 보금자리에서 세 번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다. 2005년부터 안성신문 등 각종 신문에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금광면 양지편마을에서 마을주민과 어울려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19금을 금하라> 유심 | 2018.10.19, <더불어 바이러스> 유심 | 2017.01.18, <그래도 종교가 희망이다> 유심 | 2016.05.31, <모든 종교는 구라다> 개정판, 유심 | 2015.08.31,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유심 | 2015.08.31, <자녀 독립 만세> 삼인 | 2013.03.19,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 겨> 자리 | 2012.05.07, <우리 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 자리 | 2011.07.20, <예수의 콤플렉스> 삼인 | 2011.06.30., <학교시대는 끝났다> 신인문사 | 2010.07.26, <모든 종교는 구라다> 자리 | 2009.06.30, <문명 패러독스> 인물과사상사 | 2008.12.26 등 총 11권의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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