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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0-15 17:11:10
  • 수정 2022-04-13 07: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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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천리포바다에 갔다. 푸른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 울음과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듣고 싶어서였다.


모래 해변을 걸으며 밀려오는 물결과 먼 바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윤슬을 보며 준비해간 도화지에 바다를 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글로 쓰지 않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나만의 바다그림을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린다.


천리포 해변으로 가기 전 태안 소원면에 위치한 파도리 해변을 걸었다. 높고 거친 검은 암벽과는 대조적으로 고운 모래사장이 예뻤다. 작은 몽돌과 조개껍데기가 보석인양 매끄럽고 고와 주웠다. 파도리란 이름답게 밀렸다가는 하얀 물살은 환상이었다.


천리포 바다 앞이 숙소인 펜션의 달빛동에서 소나무와 바다를 바라본다. 파도리와는 다르게 이곳은 맛조개 캐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갯벌이라 물이 빠지면 시커먼 벌이 드러난다. 모래도 거칠고 물빛도 진흙이다. 그러면 어떠한가.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것으로 이미 충만한데.


바다의 날씨는 알 수 없다고 하더니 밤새 비가 내렸다. 빗소리가 검은 바다놀이터 정적을 덮는다. 아침에 눈을 뜨니 맑고 쾌청하다. 비온 뒤 해변은 어떠한지 궁금하여 나가보았다. 아직 물이 들지 않은 갯벌은 갈매기들이 진을 치며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먹고 사는 법을 터득한 영민한 새들이 너무 기특하고 아름다웠다.


모래에 물기가 많아 갯바위를 천천히 걸었다. 아직 인간에게 그리 놀랄 기억도 없을 엄지손톱 크기 아기 게들이 바위틈으로 눈 깜짝 할 사이 숨어버린다. 돌아보니 엄청난 숫자다. 재빨리 한 마리 어렵게 집어 살펴보았다.


“안녕, 반가워”먼저 어린꼬마 친구에게 인사를 건넨다. 양 집게발이 너무 보드라워 웃음이 났다. 저 보드라운 발이 단단히 여물어 언젠가는 씩씩한 어른 게가 되겠지. 갑자기 커다란 이상한 손에 잡혀 오들오들 무서웠을 아기 게를 가만히 놓아준다. 이름 모를 다양한 종류 바닷가 생명들의 부지런하고도 분주한 연주에 울컥 마음이 차오른다.


아침 바닷가 갯벌, 갯바위, 작은 웅덩이에 고인 바닷물을 보며 바닷가 생물 도감을 그려본다. 생명에 대한 고귀함과 경이로움을 발견한 바다 산책은 일몰로 다가가는 내 시간을 뭉글뭉글 환희로 피어나게 한다.


문득 아기 게가 떠오른다. 갯지렁이, 갈매기, 조개도 자신의 생을 생각 없이 살다 가겠지. 살아가는 동안 작은 것에 감동 받으며 살아가자.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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