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연재> 작가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 30-23편 천년사찰이 3개나! 괜히 있었던 게 아니네.
  • 기사등록 2021-10-19 09:03:47
기사수정
30회에 걸쳐 연재되는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는 2019년 9월에 출간되어 3쇄를 찍은 작가 송상호의 책이다. 그가 안성사람들의 자긍심과 안성의 미래를 위해 쓴 책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총 30편의 이야기를 매주 1편씩 안성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도록 만들어졌으며, 안성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편집자 주]

 

▲ 송상호 작가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조그만 도시 안성에 천년사찰이 세 개나 남아 있는 것은, 그만큼 산이 많고 터가 좋다는 것이고, 삼국의 중간위치라서 천년의 역사가 안성을 건드렸다는 것이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역사는 안성을 가만두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안성 3대 천년사찰’은 안성의 역사적 깊이를 말해준다.

 

‘도깨비 엄마’ 같은 석남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잡신이 도깨비다. 우리나라 전래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무섭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혹부리 영감의 혹에서 노래가 나오는 줄 알고 혹을 산다.

 

개암 깨무는 소리를 집이 무너지는 소리로 알고, 도깨비 방망이를 놓고 달아난다. 사람에게 돈을 빌려간 후 이자까지 쳐서 돈을 갚고는, 자신이 돈을 갚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계속해서 돈을 갚는다. 이런 도깨비를 보면 바보 같아 보이겠지만, 사실 지나간 시절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다. 자식 앞에선 한 없이 바보가 되는 존재다.

 

석남사를 ‘도깨비 엄마 같은 절’이라고 하는 것은, 절이 있는 산세와 기운 때문이다. 석남사를 가보면 알겠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있다. 그 둘러싸인 산의 기운이 석남사로 다소곳이 모여 있는 모양이다. 말하자면 어머니의 품 같은 느낌이다.

 

천년의 세월동안 서운산의 기운을 품어온 엄마 같은 절이다. 아무래도 이 산자락에서 큰일 낼 옥동자를 낳지 아니할까 싶다. tvn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장소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이 절은 680년(신라 문무왕)에 담화스님이 창건했다. 자그마치 나이가 1339살이다. 신라 후기 문성왕 18년(876년)에 염거화상이 중건하였다. 이후 고려 광종임금의 아들 혜거국사가 이 절을 크게 중수하여, 이름 높은 스님들이 석남사에 와서 수행을 했다.

 

조선시대엔 불교가 탄압받았지만, 석남사만큼은 안성을 대표하는 사대부들이 조상들의 복을 구하는 사찰로 유명했다. 이에 세조임금이 석남사에 자신의 친필교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에 절이 모두 불타버렸다. 이후 병자호란이 끝이 나고 1650년 효종임금 때, 석왕사 혜원 스님이 중건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임꺽정 아버지’ 같은 칠장사

 

행운의 숫자 ‘7’이 절 이름에 있는 게 맞나? 칠장사가 그렇다. 왜 7일까. 1014년(고려 현종 5년)에 해소국사가 왕명으로 칠장사(七長寺)를 중건하였다.

 

해소국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7명의 악인을 교화하여 현인(현명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하여 칠현산과 칠장사라고 했다. 이 절은 7세기 중엽 신라 선덕여왕(532~647) 대에 자장율사가 창건했으니, 적어도 1400년 쯤 된 절이다.

 

이후 1383년(고려 우왕 9년)에 왜구가 쳐들어왔을 때, 충주 개천사에 있던 고려의 역조실록을 이곳으로 옮겼다. 그 정도로 유명했던 절이다.

 

조선시대 인조임금(1623년)때에는 인목대비가 아들 영창대군과 아버지 김제남을 위한 절로 삼아 크게 중건하였다. 이후 현종 15년(1674년), 숙종 30년(1704년), 영조 원년(1725년), 고종 15년(1878년) 등의 시대에 수차례 중건을 하였다.

 

칠장사에는 재밌는 설화가 전해내려 온다. 관심법의 대가 애꾸눈 궁예가 10세까지 이 절에서 활쏘기를 하며 유년기를 보냈고, 그 활터가 남아 있다. 임꺽정은 ‘갖바치’출신의 병해대사로부터 이 절에서 가르침을 받았고, 후에 꺽정불을 만들어 스승에게 바쳤다고 한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암행어사 박문수가 과거시험을 보기 전에 칠장사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었다. 꿈에 나타난 나한이 과거시험 내용을 가르쳐주어 박문수가 장원급제를 했다는 이야기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하하하.

 

이렇듯 칠장사는 시대 시대마다 대단한 임금들과 영웅들의 손길이 거쳐 간 절이다. 왜 그랬을까. 칠장사를 가보면, ‘엄마 절’ 석남사와 달리 앞이 확 틔어 있다. 뒤의 칠현산의 정기를 받아, 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당차게 서 있는 사나이 같은 형세다.

 

마치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되찾고자 가정을 잠시 미루고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와 같다고나 할까. 그러니 그 절에 당대에 걸출한 인물들이 왔다간 게다.

 

‘안성댁 이모’ 같은 청룡사

 

서운산을 사이에 두고 이쪽엔 석남사, 저쪽엔 청룡사다. 마치 서운산이란 한 어머니 아래에 자매 같은 절들이다. 석남사를 엄마라 하고, 청룡사를 이모라 한 건 그 이유다.

 

석남사는 엄마의 품처럼 기운이 모여 아늑한 곳인 반면, 청룡사는 등산객들과 마을 주민들이 수없이 지나다니는, 친근한 ‘안성댁 이모’와 같은 곳이다. 오랫동안 이 절들을 관찰한 나만의 ‘보기 방식’이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청룡사가 원래 이름대로 전해 내려왔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걸. 청룡사의 원래 이름이 대장암이었다. 물론 한자로야 다르지만 말이다. 1265년(고려 원종 6년)에 명본국사가 이 절을 창건할 당시 이름을 대장암이라고 불렀다.

 

이후 1364년(공민왕 13년)에 나옹화상이 절을 크게 중건하여 청룡사로 이름을 고쳐서 그나마 다행(?)인가^^. 나옹화상이 절터를 찾다가 서운산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청룡을 보았다고 하여 청룡사라고 했단다. 적절한 시기에 그 청룡이 참 잘 나타나주었다. 그때 안 나탔으면 어떡할 뻔 했는가.

 

청룡사 대웅전은 고려말기 공민왕 때에 크게 중건하여 고려 시대 건축의 원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남아 있다. 1674년(조선 현종 15년)엔 대웅전 법당 안에 5톤 청동 종과 큰 괘불을 만들어서 모셨다.

 

청룡사는 1900년대부터 등장한 남사당패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남사당패는 청룡사에서 겨울을 지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청룡사에서 준 신표를 들고 안성장터를 비롯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공연하며 생활했다.

 

보라. 내가 괜히 친근한 이모 같은 절이라고 했을까. 오갈 데 없는 그들을 이모처럼 따스하게 맞아 재워줬으니 말이다. 진정한 종교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천년사찰 세 곳 모두 대웅전에서부터 영산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화재를 품고 있다는 것도 대단한 안성의 자랑이다. 


[덧붙이는 글]
저자 송상호는 안성에 이사 온 지 20년차다. 2001년 일죽에서 ‘더아모의집(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집)’을 열었으나, 텃새로 인해 보금자리에서 세 번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다. 2005년부터 안성신문 등 각종 신문에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금광면 양지편마을에서 마을주민과 어울려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19금을 금하라> 유심 | 2018.10.19, <더불어 바이러스> 유심 | 2017.01.18, <그래도 종교가 희망이다> 유심 | 2016.05.31, <모든 종교는 구라다> 개정판, 유심 | 2015.08.31,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유심 | 2015.08.31, <자녀 독립 만세> 삼인 | 2013.03.19,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 겨> 자리 | 2012.05.07, <우리 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 자리 | 2011.07.20, <예수의 콤플렉스> 삼인 | 2011.06.30., <학교시대는 끝났다> 신인문사 | 2010.07.26, <모든 종교는 구라다> 자리 | 2009.06.30, <문명 패러독스> 인물과사상사 | 2008.12.26 등 총 11권의 책이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rtimes.co.kr/news/view.php?idx=18359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안성불교 사암연합회, 부처님 오신 날…
2024 안성미협 정기전
문화로 살기좋은 문화도시 안성
0.안성시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운영
'고향사랑 기부제'
한경국립대학교
만복식당
설경철 주산 암산
넥스트팬지아
산책길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