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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0-20 10: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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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2동 류상희

[기고 = 안성2동 류상희] 축제가 끝났다. 이전에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온라인 축제였다. 축제뿐만 아니라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전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니 축제 또한 비대면으로 치러지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시절이 되어 버렸다.

 

전국 각지에서 봄, 가을에 열리는 축제들은 이미 온라인으로 전환한 지 오래고 상춘객들도 화면 속에서나 흐드러진 봄꽃을 구경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또한 각 지역 특산품을 내걸고 열리는 대부분의 축제들도 다른 사람의 눈과 입을 통해 맛보고 즐기는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비단 안성에서 열리는 축제만의 현실은 아닌 것이다.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는 남사당 전통문화의 발전·계승을 위하여 2001년부터 시작된 안성의 대표축제이다. 그동안 전국 수많은 사람들이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를 다녀갔고 안성을 알렸다.

 

특정한 주제의식 없이 우후죽순 늘어난 유희적 성격의 여타 지역축제와 달리 우리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우수한 축제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까지도 든든하게 그 명맥을 유지해 온 전국에서 알아주는 정통성 있는 축제이다. 그런 축제가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다가 올해 3년 만에 열리게 된 것이다. 그것도 온라인으로..

 

처음에 축제가 개최된다는 소리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이 시국에 축제가 열린다고? 그것도 온라인으로?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온라인으로 축제를 어떻게 한다는 건지 도통 감이 서지 않았다. 시내에 내 걸린 형형색색의 축제 현수막과 각종 홍보물만이 축제를 하긴 하는구나를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우려와 약간의 설렘 속에서 축제는 시작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진행된 축제는 성대하고 화려한 개막식 대신 최대한 간소하게 치러졌고 축제기간 내내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신명나는 공연들은 관객 없이 화면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 눈이 즐겁고 입이 행복했던 먹거리장터와 농·특산품 구매는 아예 없어지거나 온라인으로만 가능했다. 모든 상황이 낯설었다.

 

하지만 낯선 상황들은 반대로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다. 평소에 큰맘 먹지 않고는 고가의 티켓값을 내고 현장 공연을 즐길 여력이 되지 않았던 내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준 높은 공연들을 관람할 수 있었던 건 큰 장점이었다.

 

축제가 아니었다면 언제 이런 대가들을 만나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전율마저 느꼈다. 현장에서 즐길 수 없었던 아쉬움이 안타까움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여기에 안성시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울려 퍼진 남사당 풍물단의 신명나는 한판 공연은 안성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뿌듯함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 지역 대표 농·특산품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소개되고 그걸 또 전국 각지의 수천명의 사람들이 시청하고 구매하는 모습은 나 또한 거기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온라인을 통해 축제에 참여했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의심하고 우려했던 상황들이 모두 기우였음을 느끼게 해준 순간들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밤마다 안성을 밝혀준 야경은 직접 축제를 즐길 수 없었던 시민들에게 주어진 선물과도 같았다. 비록 마스크를 낀 상태였지만 가족끼리 연인끼리 혹은 친구끼리 나와서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고 그렇게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기에 충분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각종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레 안성의 홍보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냈다.

 

그렇게 열흘간의 축제는 끝이 났다. 다행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철저한 방역으로 사고없이 무사히 축제가 치러졌다. 각종 포털사이트에 바우덕이 축제를 검색하면 그 전보다 다양해진 축제에 대한 정보들이 가득해진 걸 알 수 있다.

 

이제는 검색 한 번으로 어디서든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를 만나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것은 바우덕이 축제가 전 세계인의 축제로 나아가는데 한걸음 발돋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기에 안성의 농·특산품 홍보에도 한몫했으니 온라인 축제의 큰 성과라 자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온라인으로 치러진 이번 축제의 아쉬운 점은 있다. 무엇보다 축제는 모든 사람들이 다함께 모여서 즐기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인데 디지털이 낯선 일부 세대에서는 다소 접근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온라인 축제를 즐기면서도 시끌벅적한 대면 축제 현장을 그리워한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이런 점을 보완해서 좀 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좀 더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이 시국에 축제가 웬말이냐고 반발하기도 한다. 물론 이해가 가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축제의 존재 이유 또한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코로나를 이유로 축제를 하지 않았다면 그저 올해도 안전하게 취소했더라면 괜찮았을까? 아니라고 본다.

 

안성의 남사당 문화도 매회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발전을 거듭하지 않으면 계승의 의미가 옅어지고 우리의 우수한 농·특산품도 판로가 구축되지 않으면 농가와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에 처해진다. 그래서 축제를 통해 안성을 알리고 안성의 대표 문화와 우수한 농·특산품을 홍보하는 것이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이다. 이것이 다른 지자체에서도 사회적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이유이며 또한 축제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고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시행착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온라인으로 개최된 이번 축제도 그러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순 없었지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진 축제로 이룬 크고 작은 성과들을 통해 우리는 가능성을 봤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축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축제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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