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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작가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 30-24편 아하! 이래서 안성에 미륵불상이 많았네.
  • 기사등록 2021-10-26 08: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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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에 걸쳐 연재되는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는 2019년 9월에 출간되어 3쇄를 찍은 작가 송상호의 책이다. 그가 안성사람들의 자긍심과 안성의 미래를 위해 쓴 책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총 30편의 이야기를 매주 1편씩 안성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도록 만들어졌으며, 안성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편집자 주]

 

▲ 송상호 작가

[송상호의 재미로 보는 안성이야기] 그거 아는가. 안성을 ‘미륵의 고장’이라고 한다는 것을. “미륵? 가수 미르도 아니고 뭐지? 그리고 미륵의 고장? 금시초문인디”라고 말하는 당신과 이야기를 나눠보자.

 

뜬금없는 기독교이야기, 이유 있었네.

 

불교이야기 하려다가 뜬금없이 기독교신앙인 ‘메시아 신앙’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하겠다. 뜬금없이 읽어 달라.

 

구약성서 속에 나오는 유태인의 역사는 한마디로 고난의 연속이다. 요셉을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 민족은 힉소스 지배(B.C.1730 ~ B.C.1570)의 이집트에 머물러 살게 되었다. 거기서 오랫동안 노예로 살다가 드디어 모세를 중심으로 하여 이집트를 탈출한다.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체험하며 극적으로 탈출하지만, 그들 앞에 실제로 기다린 건 사막의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적들의 위협이었다.

 

겨우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이스라엘 왕조를 만든다. 하지만 약소국 이스라엘은 크고 작은 외침을 끊임없이 받다가, 바벨론에 의해 왕조들이 멸망한다. BC 605년에 이스라엘 민족은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간다.

 

이런 아픔의 역사를 거치면서 민중들 사이에서 ‘구원자’를 기다리는 신앙이 싹텄다. 그것을 ‘메시아 신앙’이라고 하며, 신약성서 속 예수를 ‘구원자’ 또는 ‘메시아’라고 믿는 신앙이 기독교 신앙이다.

 

예수가 출현한 시절을 볼까. 로마제국이 그 당시 세상을 지배했다.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종교지도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이권을 누리기에 바빴다. 이스라엘 민중들은 로마에 세금을 내고, 이스라엘에도 세금을 내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이런 아픔의 시절에 예수는 태어났고, 구원자로 추앙받았다.

 

이후 예수를 따르던 무리들은 이스라엘 땅에서 유태교의 핍박을 피해 로마제국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로마제국에선 더 악랄하게 기독교도들을 핍박했다. 이런 아픔 속에서 기독교도들은 ‘종말신앙, 재림신앙’ 등을 키워 나갔다. 자신들을 구원해줄 구세주가 세상의 종말에 나타난다는 신앙이다. ‘메시아 신앙’의 연장선이라 하겠다.

 

미륵보살이 ‘어벤저스’였네.

 

이정도 하고나니 ‘미륵’을 설명하기가 수월해졌다. 기독교가 말하는 ‘메시아 신앙, 종말신앙, 재림신앙’등이 ‘미륵신앙’과 ‘딱’이다.

 

‘미륵’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미륵보살’이라고 대답하겠다. 그러니까 미륵이란 말은 ‘미륵보살’의 준말인 셈이다. 산스크리트어 ‘Maitreya 매트레야’를 한자식으로 고쳐 부른 이름이 ‘미륵’이다.

 

현재는 미륵보살이지만 다음 세상엔 미륵부처로 나타날 것이라 믿는 불교신앙이다. 부처가 미처 다 구원하지 못한 중생을, 미륵보살이 미래에 미륵불로 출현하여 세상을 구원한다는 신앙이다. 요즘 말로 딱 ‘어벤저스’다

 

‘미륵의 고장’이 구라가 아니었구만.

 

안성이 ‘미륵의 고장’이라 했으니 구라인지 진실인지 봐야지.

 

아양주공아파트 1단지 107동 뒤에 서 있는 자이언트를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이 바로 미륵불 중 하나이다. 마을사람들은 왼쪽 불상은 할머니, 오른쪽 불상은 할아버지 미륵으로 부르고 있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호다.

 

대덕면 대농리에 가면 ‘안성 대농리 석불입상’이 바로 미륵불상이다. 높이가 2.2m로, 경기도 유형문화제 제 46호다.

 

가로로 길쭉한 눈과 반달처럼 둥그런 눈썹을 지닌 얼굴, 어색한 손의 형태 등 균형이 안 맞고 투박해 보이지만 참으로 친근한 모습의 죽산면 매산리 석불입상. 이것도 미륵불상이며, 태평미륵이라고 한다. 키가 장난이 아니다. 5.6m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 37호다. 죽산면 칠장사에는 안성봉업사지 석불입상이 있다. 이것은 보물 제 983호다.

 

안성에 ‘트윈스 미륵’도 있다. 삼죽면 기솔리 쌍미륵사 안에는 자이언트 미륵 둘이 서 있다. 왼쪽은 여자, 오른쪽은 남자다. 매산리 미륵불상보다 20cm작은 5.4m다. 두 자이언트를 지나면 국사암이라는 작은 절이 나온다. 그 옆에 아담한 사이즈의 3명의 미륵불상이 있는데, 그것을 ‘궁예미륵’이라고 한다.

 

안성엔 모두 16개의 미륵 불상이 있다고 하니, ‘미륵의 고장’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안성미륵불상의 3가지 특징

 

안성의 미륵 불상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모두가 이름 없는 석공들이 조각한 불상이다. 그렇다 보니 불상들이 투박하다.

둘째, 대체로 키가 큰 편이다.

셋째, 불상들의 얼굴이 부처를 닮았다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닮았다.

왜 그랬을까.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하하하하.

 

안성이 대한민국과 세계의 피스메이커가 될 수 있을까.

 

이쯤하고 나면 눈치 빠른 독자는 벌써 의문을 품을 것이다. 왜 이토록 안성에 미륵불상이 많은 걸까. 더 눈치 빠른 독자는 이미 답을 가늠했으리라. 사실 여기까지 책을 읽어온 독자라면 말이다.

 

그렇다. 살기가 평안하고 아무런 일이 없는 곳에 미륵불상이 성행할 리가 없다. 고난의 유태인에게 메시아가 필요했고, 로마치하의 이스라엘이 구원자 예수가 필요했듯이, 고난의 땅 안성에는 ‘미륵불’이 필요했던 게다. 고난 속에서 절망과 마주할 때, 민중들은 자신들을 구원할 희망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름 없는 석공들(평범한 민중들)이 만들었다는 미륵불상이 투박한 것은 오로지 살아남고자하는 투박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으리라. 큰 키로 서 있는 것은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져 있다. 그러면서 그들의 얼굴은 비범한 부처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평범한 얼굴을 담아내었다.

 

이들이 요즘말로 말하면 슈퍼맨 같은 존재다. 평소엔 평범한 시민으로 살다가 위기 상황엔 세상을 구원하는 존재다. 안성이 ‘평안한 성’이기도 하지만, ‘평안하고 싶어 하는, 평안할 성’이라고 말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안성이 피스메이커로서 ‘대한민국과 세계의 희망이 될 땅’이라고 말한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덧붙이는 글]
저자 송상호는 안성에 이사 온 지 20년차다. 2001년 일죽에서 ‘더아모의집(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집)’을 열었으나, 텃새로 인해 보금자리에서 세 번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다. 2005년부터 안성신문 등 각종 신문에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금광면 양지편마을에서 마을주민과 어울려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19금을 금하라> 유심 | 2018.10.19, <더불어 바이러스> 유심 | 2017.01.18, <그래도 종교가 희망이다> 유심 | 2016.05.31, <모든 종교는 구라다> 개정판, 유심 | 2015.08.31,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유심 | 2015.08.31, <자녀 독립 만세> 삼인 | 2013.03.19, <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 겨> 자리 | 2012.05.07, <우리 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 자리 | 2011.07.20, <예수의 콤플렉스> 삼인 | 2011.06.30., <학교시대는 끝났다> 신인문사 | 2010.07.26, <모든 종교는 구라다> 자리 | 2009.06.30, <문명 패러독스> 인물과사상사 | 2008.12.26 등 총 11권의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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