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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14 15:37:19
  • 수정 2022-04-13 07: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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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헐어놨응깨 금방 가“

 

▲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시간이 위안이 되고 해결해 주는 의미’로 장흥 평화다원 김수희 원장님 말씀을 인용해 새해 포문을 열어본다.

 

수백 번 실패가 주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청태전 차茶 제조법 연구에 십여 년 세월을 보냈지만, 피와 정신을 맑게 하는 한 잔의 차가 바쁘고 지친 현대인의 삶에 도움이 되면 보람이라는 말과 함께 손수 만든 차를 따르는 손이 평온하다.

 

몸살이 심하게 와서 삼일을 앓다가 근육통이 남은 몸으로 찬바람 속을 걸어가는데 누렇게 변한 길가에 강아지풀이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 메마른 겨울 한기에 바람에 꺾이지 않는 나약한 풀의 강인한 모습을 보며 힘을 낸다. 자연환경 여건은 누구나 평등한데 조금 아프다고 만사 의욕을 잃고 힘들어하는 내 모습 강아지풀 보기 부끄럽다.

 

한해살이와 여러해살이로 식물을 구분한다. 날이 갈수록 지나간 한해가 너무 아깝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 ‘산책길에서 만난 하루살이 무리, 하루하루 잊혀져가네, 하루살고 말거냐, 하루만의 위안, 하루 일상, 하루가 길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런 보편적이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말들이 그립고 귀하다. 때로 무심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다기와 차를 준비하고 고요히 차를 우려 음미한다.

 

이른 아침 새소리가 더 맑아졌다. 분쟁과 불협화음이 분진처럼 일어나는 세상의 아침을 소리로 소각하는 것이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일사분란하게 이동하는 참새의 아름다운 세상을 우러러보며 차를 따른다.

 

헐어 놓은 시간은 생물학적 나이로 본다면 엷어지고 작아지는 개념으로, 해마다 가졌던 초심이 배회하지 않도록 한번쯤은 살아가는 일에 신중해질 일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당신은 지체할 수도 있지만 시간은 그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시간의 소중함, 시간 활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이를 먹고 보니 막 살아왔던 젊은 날에 가졌던 신중하지 못한 패기와 얕은 행동들에 후회가 가득하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의문이 풀렸다. 그것은 뒤늦은 후회를 하며 깨닫게 되는 사람살이의 순환인 것임을 홀로 생각해본다.

 

이슥한 불면에는 그윽한 차가 제격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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