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가면 바다가 보일까
발소리 소란한 생선 비린내 진동하는 시장에도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새들의 날개가 젖지 않는 골목을 벗어나
얼음이 녹고 있는 눈길을 지난다
눈보라는 바람의 언어를 타전하고
목소리는 담길 듯 담기지 않는다
서쪽으로 향한 문은 열려 있고
바다로 가는 길이 절벽에 걸쳐 있어
노을은 찾아오는 길을 잊었다
나뭇잎들도 바닥으로 다 떨어져 있어
산으로 오르는 길도 막혀 있다
백화점 쇼윈도가 벽으로 느껴질 때
처마를 맞댄 집마다 켜진 등이 따뜻해 보이듯
이야기를 풀어놓을 바그다드 카페로 가는 길
어제의 내가 따라붙는다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바다는 노을의 길목에 있을까
흩날린 함박눈은 길 위에 길이 되고
리듬을 타는
버스는 시간처럼 사라진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찬바람
어둠이 얼어붙는 겨울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길
하나둘 불빛이 켜지는데
새가 앉을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퍼시 애들론 감독의 1987년 작품이다. 황량한 사막 가운데 위치한 낡은 카페에서 남편과 불화를 겪던 두 여인이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내용이 김두례 시인의 시집「바그다드 카페」의 표제작과 시의가 일치한다. 바다가 보이지 않고 길은 절벽으로, 노을은 길을 찾기 어려운 절망의 오늘에서 바그다드 카페는 전환점을 제시한다. 희망을 볼 수 있는 기점에서 어제의 나를 버린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김두례 시인
전남 광양 출생
2019년 《시와문화》로 등단
블루버드 동인, 동서문학회,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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