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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3-21 00:16:44
  • 수정 2022-04-13 07: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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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제주 여행을 마치고 우중의 흰구름 위 청주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날고 있다. 손오공과 머털도사 전래동화 속 옥황상제 전유물인 구름보다 더 높은 세상을 내려다보니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은 점보다 작아져 세상은 사라지고 없다.

 

눈을 감았다 떠보면 두둥실 살짝 내려앉은 비행기 아래 집과 나무 논과 밭, 자동차와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 산등성이와 불빛을 대하면 안온의 숨이 돈다. 사람이 지어놓은 공방의 그림이 저렇게 따뜻하고 정다웠다니 신의 미소도 이러했을까.

 

유채꽃 진 돌담 밖 동백나무 꽃이 붉다. 비늘 겹으로 감싼 아름답고 단단한 몽우리는 하루 이틀 사이 간격으로 화르륵 피어 봄은 잠시 홍등을 내건 환락가가 될 것이다.

 

아무리 따스한 섬도 아직 완전한 푸름으로 다가서지 못 해 마을과 산길, 숲은 갈색 가지와 잔솔로 덮여 도로를 지나는 제주만의 가로수목인 호랑가시나무 붉은 열매를 남겨 놓았나. 제주 목 관아, 관덕정에서 보았던 빠르게 지고 있는 매화꽃 섧다.

 

제주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함덕해수욕장 (서우봉해변)에서 바다를 보았다. 흰모래 고운 해변과 에메랄드 물빛이 색과 빛의 벙커 같은 아름다운 바다에서 세상의 시름을 풀어본다. 다닥다닥 검은 바위에 자란 청정 미역과 밀려온 톳을 채취 하면서 봄의 여자가 된 기분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그 길에 오면 허수아비만 남더라’며 슬프게 말을 남기는 사람과 만난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갖는 연약한 사람의 심리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시가 철학이 있듯 의미의 차이는 있겠으나 가끔 부딪치는 딱정벌레 같은 벽이 있다. 나도 전전긍긍 살아오면서 나보다 높은 군상에 휘둘리는 일로 마음 상할 때, 어느새 다가온 계절의 선물로 풀어지기도 한다.

 

아, 봄이구나. 고양이 수염처럼 날리는 봄바람 맞으며 제주의 숲과 물, 바람과 돌과 동행한 짧은 여행 이야기를 봄밤 리스크에 올린다. 돌아온 이곳, 나뭇가지가 명량한 새의 울음으로 들썩인다. 왜 3월에 눈이 내리고 비가 내려 지상에 오른 생명들을 불안하게 하는가, 왜 ‘위험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하는가?

 

산도 시련을 겪은 붉은 시간, 잔잔한 비가 위안이 되어 생명을 다시 키우기를 바란다. 화락和樂으로 오기 위해 봄은 참 예쁘게 발걸음 하신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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