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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06 07:26:36
  • 수정 2022-04-13 07: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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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옆 건물 상가주택 건물주가 바뀌었다. 토박이 주민으로 살았던 분이지만 얼굴은 잘 모른다. 무심했음에도 서운한 생각이 든다.

 

모처럼 맞은 휴일 익스프레스 사다리차 이삿짐 오르내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아침을 조용히 맞고 싶은 기대가 깨지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1층과 2층은 임대 세입자이고 마지막 층은 주인이 실거주하는 살림집이 대부분인 상가주택 특성상 특별한 일 아니면 보통은 정적의 연장인 듯 고요하다.

 

밤의 조명이 꺼지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전선줄에 비둘기가 앉았다 간다. 건물 기둥 앞 쓰레기도 수거해 깨끗하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고막을 찢을 듯 드릴 소리와 각종 기계소음이 이른 아침을 후빈다. 이웃과 경계를 짓는 위압적이고 두터운 검정색 담벼락과 철대문 경첩공사가 한창이다. 다음날은 마당에 방수 공사를 하느라 신나와 페인트 냄새로 숨도 못 쉴 지경이 되고 또 다음날은 무엇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마당을 쪼아 걷어내는 정소리가 요란하다.

 

시끄러움에 유난히 예민하지만 무심하기로 했다. 새로운 주인은 집 새 단장을 위해 들이는 공과 정성이 남달라 보였다. 그들은 집을 사고 얼마나 기뻐서 둥둥 떠다녔을까. 날이면 날마다 쓸고 닦아 빛날 집을 보면서 밤잠도 설쳤으리라. 거기까지는 좋았다. 우리 집과 그 집은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데 요 며칠 사이 1층 식당과 지하 노래방, 옆집 새 건물주간에 쓰레기 놓는 위치를 두고 큰 실랑이가 있었다고 한다. 10년 넘게 쓰레기를 놓았던 공간 가까이 대문을 세웠기 때문이다.

 

다툼은 오래가지 않아 협상이 되었다. 반대쪽 기둥으로 쓰레기 버리는 위치를 바꾸고 기분 좋게 마무리가 되어 다행이다. 그런 소소한 일이 지나고 여전히 마당 구석에 앉아 잔일을 보는 부부를 처음 보았다. 티끌 없이 단정한 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삶은 꿈이다 기분 좋게 꿈꾸어라’며 그들이 느낄 충만 가득한 행복이 그려졌다.

 

‘꽃들도 피느라 수고 많다’고 하는데 오늘은 나도 먼지 소복이 쌓인 계단 물청소를 했다. 퍼붓는 물소리가 내려가면서 묵은 때가 벗겨진다. 물은 ‘지혜’를 뜻한다는데 맑고 투명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대하면 조금 까칠한 이웃과도 정이 붙겠지.

 

잘하면 이웃이고 못되면 이웃집 웬수가 되는 것이 이웃이다. 낡은 토분을 건네며 마당에 봄꽃 심어보라는 웬수님들 웃음소리 흐뭇했는데 현관 문 앞 뜨끈한 시루떡이 놓여있다. “이사친유정책”인가 보다.

“이웃되기 참 쉽죠”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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