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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14 08: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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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리고,

 발밑이 녹기 시작하면

 우린 어디로 떠나야 할까요 

 

 옹알이처럼 부푸는 풍선을 불다가

 공중을 선회하는 계절을 놓쳐버렸어요

 

 봄은 어디 있나요

 연어 떼를 따라 강을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로드리고,

 후박나무 이파리에 투명한 유리알이 맺히는데

 풍선을 찾는 음악이 자꾸 들려와요 

 

 내일은 또 무엇을 터뜨려야 할까요 

 

 스스로 부풀리기를 좋아하는 것들은

 깡그리 잊어버려야 해요

 딜리트 키를 누르면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기타가 벼랑을 두드릴 때면

 음악이 폭죽처럼

 아니, 팝콘처럼 쏟아지고 

 

 어제라는 골짜기는 줄을 타고 내려가는 거미

 아니, 당신이라는 이름의 계곡

 

 로드리고,

 지난 계절이 메아리처럼 들려오나요

 

 풍선이 터지는 오늘 대신

 가장 가까운 미래의 코드를 짚어주세요 

 

 해가 뜨고 있는데,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지금은 어떤 계절입니까

 

 

 

 

    



 

 

호아킨 로드리고(스페인의 음악가. 1901-1999)는 3세 때 질병 감염으로 인한 시력 상실에도 불구하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서 활동을 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토요명화의 시그널 뮤직으로 알려진 스페인의 궁전이 있던 옛 도시를 소재로 한 <아랑훼즈 협주곡>이 있다. 시인이 말한 미래의 코드는 무엇일까. 기타 연주 대신에 로드리고는 점자로 작곡을 했는데 맹인임에도 노력에 의해 완성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말하는 것이리라. "지금은 어떤 계절입니까." 시인의 질문이 깊게 파고든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김사리 시인


    

 

2014년 시와사상 등단

시집 『파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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