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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03 06: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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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오래전 이야기다. 일 년에 한두 번 멀리 사는 친척이 모이는 날은 밤새워 민화투를 쳤다. 비약 풍약 초약 청단 초단을 하면 좋아서 방방 뛰곤 하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하다가 고스톱을 알게 되었다. 십원띠기 판으로 잃는 사람은 지나치게 화를 내며 판을 쓸어버리기도 하는 얄궂은 인성을 내보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고스톱으로 갈아타면서 백원띠기도 시원찮아 천원으로 시대에 맞게 크게 놀았다. 뻑 따닥 쪽 쓸 흔들기 광박 피박 쓰리고 나가리 같은 전문용어를 야무지게 익히고도 매번 돈을 잃는 나는 참가인원이 많으면 주로 광팔이로 나섰다.

 

그 즐겁게 놀던 순간도 시절인연이 다하여 대부분 노쇠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불현듯 옛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대천가는 차안에서 밖을 보니 지방선거 예비후보 현수막이 꽃보다 더 많이 걸린 게 눈에 띄었다. 한 당에서 열 명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란 자리는 인기 절정이다.


소위 정치가란 말보다 정치꾼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 더한 말로 한탕 치기 보따리 장사라는 표현도 있다. 솔직히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들 모습은 깨끗하고 정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끊임없는 부패와 비리의 근원은 ‘돈’에 있다. 권력을 쥐었을 때 흔드는 법을 익힌 준비된(?) 그릇을 잘 골라 뽑는 일도 어찌 보면 도박이라 공손한 인사의 속내를 알기 어렵다.

 

시장을 방문하여 어묵을 먹고, 깍듯이 고개 숙이고 웃으며 인사하던 모습과 살가운 말투는 의자에 앉는 순간 똥 버리듯 한다. 멀리 보지 않는 잠깐 앉는 의자에서 시민과 국민을 위한 진정한 사안을 두고 고민한 흔적 찔끔이라도 보고 싶다.

 

‘싸잡다’란 말이 있다. 한꺼번에 한 가지로 몰아넣다 이다. 어쩌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향 이거나 어불성설 아닌가도 하겠지만 싸잡아 하나로 뭉떵거려 놓고 옥석을 가리는 일에 자문자답을 권한다면 웃음이 날까.

 

봄바람에 잘생긴 인물의 프로필사진과 이력과 소신을 내건 공약이 적힌 현수막이 펄럭거린다. 나무 잎은 신록이 한창 예쁘고 곱다. 신록 예찬을 하고나면 잎은 더욱 커지고 검초록빛으로 변해간다. 나무가 가장 큰 몸을 가지는 시기다. 아무리 세찬 바람에 얼차려를 맞아도 팽대해진 나무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무 또한 시절 인연을 피해갈수 없기에 언제가 야윈 몸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이것을 단박에 알아채는 현명함이 있다면 “못 먹어도 고”한번 해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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