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2-05-26 09:15:55
기사수정


  

그 집 마당엔 바다가 있다

덩치 큰 참돔이 대장 노릇을 하는

한 평 남짓한 바다

우럭, 광어 같은 조무래기들은 눈치를 보며

구석으로 슬슬 피해 다녔다

 

해질 무렵 손님 올 시간이면

주인장 뜰채가 바빠지고

수족관엔 어김없이 태풍이 불었다

 

한 번씩 태풍이 지날 때마다

순식간에 서열이 바뀌었고

이번엔 우럭이 장미처럼 등가시를 잔뜩 세웠다

눈을 내리깐 광어는

오늘도 바닥에 엎드려 걸레질을 하고 있다

 

그물망을 뚫고 나온 문어가

소문을 듣고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그 바다, 전장이다.

 

 

    


 

 

'타자'는 자아에 대한 외재적 분별이며 '나'라는 인식을 가능케 하는 대상이다. '나'와 '너'는 분명 물질 육체로 구분하지만 의식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물질적인 성취를 하였더라도 '나'와 '너'라는 분별심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끊임없는 분쟁과 무의미한 삶의 연속이 될 것이다. 횟집 수족관은 마치 우리 세계를 잘라 어항에 욱여넣은 듯하다. 차별과 멸시, 크게는 전쟁과 난민까지 연상시키는 복잡다단한 이미지를 시인은 그려내고 있다. 2012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파닥파닥이 떠오른다. (박용진 시인 / 평론가)

 

    




 

 

윤여선 시인



2022년 계간《한국미소문학》신인작품상 등단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rtimes.co.kr/news/view.php?idx=20884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김학용후보 배너
윤종군후보 배너
0.안성시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운영
'고향사랑 기부제'
안성 하우스토리 퍼스트시티
한경국립대학교
만복식당
설경철 주산 암산
넥스트팬지아
산책길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