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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13 08:56:34
  • 수정 2022-06-15 09: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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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음력 오월 십삼일 오늘은 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다. 기일忌日이란 고인이 사망한 날이면서 반어의는 생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의치 않은 여러 사정으로 딸인 내가 아버지 제사상을 차리기 위해 제례용품 장을 보고, 전을 부치고 조기와 산적, 삼색나물과 북어포, 탕국을 비롯하여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하나뿐인 막내 남동생 집으로 음식을 날랐다. 손이 귀한 집 장손인 동생 집에 늙은 누나들과 매형들이 모였다. 하나같이 허리가 굽고 다리를 절룩이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에고고 아이구앓는 소리 요란하다.


제사상이 차려지고 향불 연기가 방안을 돈다. 살아생전 궁핍한 살림에 제대로 받지 못한 상차림 세상 등지고서야 받는다. 술을 따르고 음식에 수저 위치를 바꾸며 공손히 절을 한다. 칠순을 훌쩍 넘긴 큰언니가 엉거주춤 절을 하니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 엄숙한 분위기를 깬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던 시절 분명 있었건만 사라진 시간이 길고 멀어지면서 함께한 기억은 희미해진다. 생각해보니 그게 세월인 것이다. 세월이 가면서 또 다른 늙음이 죽음을 기다리는 속도는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일이란 걸 새심 이 나이에 깨닫는다.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 점점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는 추세다. 내 생전으로 끝내고 대물림 않고 가겠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들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과거 조상을 모시는 일이 너무 힘들었던 세대가 편리한 현대 문명을 살아가는 자손이 과연 해낼까하는 의구심의 배려로 오는 너무 앞서가는 행태는 아닐까하는 우려도 있다.


향불과 촛불, 오방색 과자, 약과와 산자를 보는 일이 사라지는 일을 생각하며 씁쓸해하는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시대를 겪어온 며느리 사람이 분명하다.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박지웅시인의 즐거운 제사란 시를 보면 제사가 이리 편안할 수 없다.


"향이 반쯤 꺽이면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기리던 마음 모처럼 북쪽을 향해 서고

열린 시간 위에 우리들 일가一家는 선다"

 

일가의 일들이 이렇게 분분한 오늘날, 제사를 지내는 일이 사회의 크나큰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토록 안타까운 일이 되었다니,


쓱쓱 밥을 비벼 먹으며 웃는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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