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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7-22 07:20:03
  • 수정 2022-07-22 12: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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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영미 시인

[안영미의 봉당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만들어 노트북 앞에 앉았다.


마음에 중심이 잡히지도 않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요즘 남 탓하는 게 유행인 거 같아 삼복더위 탓이라도 할까 한다. 아무리 산골이라지만 에어컨 비스름한 것에라도 의지하지 않으면 지친다.


아이들 키울 때는 마당에서 물총 놀이하고 첨벙거리거나 조금 걸어 올라가 개울에서 놀다가 내려오곤 했다. 이제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다. 이상하게 아이들이 어릴 때보다 내가 어릴 때의 기억이 난다.


해가 설핏하면 어둠별이 뜬다. 아마 금성일 게다. 멍석을 깔고 어른들은 옹기종기 모여 새끼를 꼬았다. 엉덩이 뒤로 서리서리 새끼줄이 사려져 쌓였다. 나는 할머니 치마폭을 덮고 누워 별 헤는 밤을 보냈다.


열 살 무렵이니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알 리 없는데나는 누구 이름을 떠올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빼곡한 별을 세던 밤이었다.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곤 했는데 누구 등에 업혀 들어왔을까, 눈을 떠보면 안방이었다.


어쩌면 밤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해 집중력이 떨어지는지도 모른다. 덥다고 냉커피를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듯 했다. 더구나 세 포기 참외 덩굴에서 수확한 참외가 어찌나 단지 그 맛에 푹 빠졌다. 커피도 참외도 밤잠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밤에 잠의 질이 좋아야 다음날 정신이 맑다. 비단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요즘은 산골에도 가로등이 설치가 잘 되어 있다. 밤이 환하니 밤하늘의 별도 옛별처럼 초롱초롱 빛나지 않고 땅에서는 또 어떤가.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모든 식물이 그런 거는 아니겠으나 내가 경험한 바로 들깨는 그랬다. 지난해 들깨 농사를 지을 때 경험이다. 이상하게 저쪽과 이쪽이 색깔이 달랐다. 이유를 몰랐는데 어느 날 밤에 산책하다 보니 가로등 불빛이 비친 곳과 불빛이 미치지 않은 곳의 경계가 선명하게 보였다.


역시나 잠을 잘 잔 들깨는 잘 여물어 속이 찼는데 불빛이 내리비친 곳은 꽃인지 아닌지 열매인지 쭉정인지 모를 것이 맺어 있었다. 올해도 그러면 안 되겠기에 지자체 가로등 담당에게 전화했다. 알고 있다는 듯 들깨가 잠잘 시간을 주겠노라 했다.


잠 좀 잡시다. 그래야 사랑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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