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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7-25 07: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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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 S를 만났다. 쾌활하고 명랑한 친구였는데 얼굴에서 근근이 살아온 시간의 내력을 읽어낼 수 있었다.

 

웃을 때마다 보조개를 피우던 양 볼은 굳어 말소리조차 바삭한 비스킷 같았다. 무엇을 물어볼지 망설여지는 어색한 기분을 덜어내려 푸른 옛 시간을 더듬어보아도 그때의 우리는 없었다.

 

한 번 꼬이고 빠그라진 것은 다시 되돌아가거나 되돌리기 힘들다. 행복한 순간에는 많이 웃고 불행과 마주하면 괴로움에 읍소한다. 웃는 얼굴과 일그러진 얼굴의 차이는 최소 10년의 고무줄 나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천양희 시인의 <</span>단추를 채우면서> 시 부분 발췌를 하면서, 첫 결혼실패로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질기고 모질게 변해가는 S를 지켜보았다. 패기가 남아있던 시절이라 오해와 불이해로 관계가 멀어지며 코로나가 발병했다.

 

사는 일이 더 적나라한 삶의 근원이 된 우리는 평범한 인사를 묻는 일조차 모르는 타인이 되어 잊혀져갔다. 그녀가 이곳을 떠나 산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리움은 누구나 그립고 그립게 소장하는 것이다. S가 연락이 왔다.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은 강한 방어막에 나도 도전을 했다. 공격이 아닌 위로의 인사를 부드럽게 서브했다. 모든 사람을 단절하고 사는 그녀는 온몸, 온정신을 다하여 세상과 사람을 밀어내며 자아의 어떤 틈도 돌출하지 않게 벽을 쌓고 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마구마구 슬픔과 안타까움을 견제하며 정신을 차렸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도생이 있다. 발들인 첫 직업은 늘 그 계통으로 이끄는 법이다. 술집, 삼겹살집, 노래방, 지금은 대리운전 꼬리라는 처음 듣는 이야기를 들었다. 열심히 사는 친구가 무엇을 하든 행복하면 좋겠는데 기쁨을 탈색한 표정 다음 계절은 무엇일까.

 

여전히 예쁜 S. 류마티스 관절염, 교통사고,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거치면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삼겹살집과 곱창구이 가게를 억척스럽게 혼자 꾸리면서 손가락 마디가 다 휘어진 모습에 마음 먹먹해진다. 그런 그녀 이야기를 쓰면서 우중이 깊어간다.

 

멘탈(mental)은 생각하거나 판단하는 정신 또는 정신세계를 일컫는다. 정신은 곧 마음이다. 지금까지 잘 견디며 살아온 우리다. 한 잔 술도 마시지 못할 정도 몸이 안 좋은 친구를 생각하며 빗소리와 건배한다. 진행형인 삶, 행복해야하지 않겠는가 물으며 듣는 여름비도 생을 소생시켜 좋다.

 

오늘도 고립이 팽대하지 않아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생각하며, 부질없는 일들을 연소하는 건강한 헬스가 참 좋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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