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로 가득 찬
학동 몽돌해변
파도는 오늘도
바다의 책장을 넘기며
밀려왔다 밀려가는데
반짝이는 이마를 드러내며
내 손에 잡힌 몽돌 하나
천 년을 걸어온 내 발아래
바다가 입 맞추고 가는
몽돌 구르는 소리
얼마나 맨발로 파도 자락 디디며
젖어드는 바닷가 거닐면
그대 마음속 몽돌이 될까
울렁이는 가슴들이 닳고 닳아
저 바다는 몽돌을 토해내는데
가을비는 몽돌 쓰다듬으며
바람의 언덕을 넘어가고 있네
매 순간 변하지 않는 만물이 없음은 시간적 속성에 따르는 것으로 외재적 성질은 물론 내재적 성질까지 바뀌는 것은 분명하다. 해변에는 모가 나 있다가 마모된 돌들이 가득하다. 얼마나 오랜 풍화를 견딘 결과인가. 마치 깨진 병조각이 파도에 닳아서 반짝이는 보석으로 변한 글라스 비치도 연상시킨다. 해무가 가득하고 풍랑을 견딘 세월을 지난 몽돌 같이 만상의 본디는 무뎌지는 변화가 아닐는지. (박용진 시인/평론가)
박재숙 시인
2009년《시사문단》신인상 등단
시집 『들꽃 향기를 그대에게』
시화집 『사랑 향기를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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