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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8-23 07: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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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훈 넥스트팬지아(주) 대표이사

[임동훈의 녹색칼럼] 10분 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했다.

 

초반 2~3분 정도 완만한 곳을 지나니 바로 급경사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산들은 어느 정도 오르면 평탄한 지점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 산은 나의 체력과 인내의 한계를 시험해 보려고 하는 것만 같다.


지난달 17일 치악산 등반을 다녀왔다. 717일은 창업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기에 창업이라는 도전을 했다. 한 해를 무사히 완주한 것에 감사함이 컸다. 첫해의 목표가 생존이었다면, 두 번째 해의 목표는 도약이었기 때문에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이를 굳게 다짐하고자 등반을 계획했다.

 

치악산은 정말 험했다. 경사면을 오르고, 평탄한 능선길을 호흡을 가다듬으며 걷는 그런 일반적인 등산 패턴이 아니었다. 등반길 대부분은 급경사였고, 그 끝이 없었다. 나름 등산을 잘한다고 자만해서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치악산을 등반하며 또 겸손함을 배웠다. 육체적으론 힘들기도 했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고 푸른 나무들을 보며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등산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생각해 보니, 지난 한 달 동안 흙을 밟아본 기억이 없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혀진 서울에 사는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바쁜 업무로 인해 집과 사무실만 오가다 보니 흙을 밟아본 일이 없었다. 이는 큰 문제다.

 

흙으로 된 땅을 밟지 못하는 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도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땅을 밟아보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머물면서, 아이들은 핸드폰과 컴퓨터와 교감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컴퓨터, 인터넷, 핸드폰은 전 세계를 연결해 개인 간의 연결은 강화시켜 주었지만, 정작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는 강화시켜 주지 못한다. 오히려 아이들은 온라인 관계를 중시하는 반면, 대면 관계를 어려워하는 경향마저도 나타난다.

 

이는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자연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농촌 지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망이 잘 갖춰진 오늘날 농촌지역의 삶은 도시지역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울 뿐 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

 

리퍼드 루프바 쓴 <</span>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이란 책을 보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여려 가지 문제들 중 많은 경우가 바로 '자연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소아비만, 소아 성인병, 그리고 과잉 행동이나 주의력 결핍과 같은 증상들은 바로 '자연결핍'에서 비롯된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자연결핍장애는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감각의 둔화, 주의집중력 결핍, 육체적, 정신적 질병의 발병률 증가 등을 포함한다. 우리 세대의 대부분은 자라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다음 세대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안일한 생각이었다. 나는 이런 문제점을 자연결핍장애라고 부르기로 했다." 책 본문 중에서

 

안성시 금광면 장죽리라는 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국민학교 3학년 때 안성 읍내로 이사오기 전까지 장죽리에서 살았다. 두메산골은 아니지만 저수지 둑방 길부터는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았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버스가 흙으로 된 마둔 저수지 둑방길을 넘어오지 못해, 버스에서 내려 2km~3km를 걸었어야만 했다. 여름엔 냇가에서 물장구치고, 족대로 민물고기를 잡고 놀았다. 겨울에는 꽝꽝 언 논에서 썰매를 타고, 지푸라기를 비료 포대에 넣어 눈썰매를 타기도 했다. 핸드폰이나 인터넷은 없었지만 자연 속 어린 나는 심심할 틈이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했던 나는 톰 소여의 모험을 좋아했다. 나를 마치 톰 소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연속에서의 모험을 마다하지 않았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자연은 나에게 개척정신과 용기, 실행력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화장품 해외영업을 하며 파리, 뉴욕, 런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아다녔고, 에스티로더, 세포라, 로레알 등 글로벌 대기업과 협업을 할 때도 기죽지 않고 당당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장죽리 촌놈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아이들이 매일 자연을 접하면 주의집중력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을 통해서 나무를 바라보는 것도 효과가 있지만, 나무와 풀이 있는 곳에 있을 때 가장 효과가 컸고, 야외활동에도 효과적이었다." 책 본문 중에서

 

비단 이 책에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과 자주 접하면 좋은 점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되었다. 아이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영어 단어 하나, 수학 공식 하나 더 아는 게 아니다. 자연을 더 잘 알고 친숙해지는 것이다.

 

자연과 자주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연으로 나가는 것이 어렵다면 실내에 식물을 키워보자. 시멘트로 둘러싸인 실내에 살아도 식물이 있다면, 식물이 내뿜는 맑은 산소가 있다면, 우리는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우리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자연을 실내로 옮겨오자. 실내에 보다 많은 식물을 키우보자.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식물을 선물해보자.



[덧붙이는 글]
임동훈 넥스트팬지아(주) 대표이사. 평택대학원 국제물류학 석/박사. 창업사관학교 외부멘토. 국제 화장품 전시회 세미나 연사. 안성초/안청중/안법고등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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