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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19 10: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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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치고 농사 지으며 공부하는 아버지!

 

▲ 임동훈 넥스트팬지아(주) 대표이사

[임동훈의 녹색칼럼] 우리 집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소를 키웠다. 아버지는 지금도 소를 키우며, 가족, 친지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농사까지 직접 짓는다.

 

여기에 친환경축산협회 회장 등 각종 농/축산 관련 단체의 장을 맡고 있다. 그 수많은 직함들 때문에 아버지는 회장님으로 불린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4년 전,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에 합격하여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

 

TV에서만 보던 만학도를 옆에서 가까이 보니 그 도전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어렵고 대단한 일을 행동으로 옮겼다. 안성에서 서울까지 3년 동안 통학을 하며, 결석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하고 진심으로 학업에 임했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끝에 작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평소 무뚝뚝한 아들인지라 유난스럽게 축하해 드리진 못했지만, 사실 아버지가 석사 졸업을 했을 때 진심으로 기뻤다. 나 또한 직장 생활을 하며 석박사 과정을 거쳐봤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이겨낸, 석사모와 가운을 입은 아버지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사람은 평생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매년 대풍의 비결

 

아버지는 농사가 본업은 아니지만 농사도 잘 지으신다. 항상 새로운 농법, 기술, 품종 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시도를 한다. 그래서 우리 밭에서 수확되는 작물들은 주변에서 인기가 정말 좋다. 농사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우리 고추, 감자, 대추를 보면 씨알이 굵고 뭔가 단단한 느낌이 든다.

 

아버지의 노하우와 노력 때문에 좋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지만, 여기에 한 가지 비밀이 더 있었다. 바로 비료를 바꾼 것이다. 지인이 운영하고 있는 비료 공장의 특별한 비료를 사용하셨다. 그 비료는 호주 등 해외 각지로 수출도 되어 나름의 인지도가 있지만, 국내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아버지께서 테스트를 해보신 것이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아버지는 마치 비료 공장의 영업사원이라도 된 것처럼 홍보에 여념이 없으셨다. 아마도 직접 테스트를 해보며 좋은 결과를 얻었고, 주변 사람들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성향 때문이라 생각한다.

 

농부와 화장품 장이의 콜라보레이션

 

나는 아버지처럼 농사를 짓는 것까진 엄두를 못 내지만 식물 키우는 것은 좋아한다. 키우고 있던 식물들이 시들시들해지고 있어 전문가인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했다. 아버지께서는 식물 그림 라벨이 붙어있는 촌스럽게 생긴 흰색 분무기를 하나 주셨다. 비료 공장 사장님이 식물 키우기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부모님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 준 것이라고 했다.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전문가가 주신 제품이기에 바로 식물에 뿌려줬다. 며칠 뒤 비실비실했던 식물들이 생기를 되찾았다. 여태껏 써 왔던 꼽아 쓰는 액상 비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버지께 그 제품을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 제품은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비료 공장 사장님께서 식물 키우는 주변 지인분들을 위해 소량으로만 만들어 주신 거라고 하셨다. 가격 경쟁력이 없어 상품화 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 식물에게 좋은 성분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지만, 그로 인해 제품 원가가 너무 높아 시장성이 없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아버지와 아버지 지인이 못하는 것을 내가 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들과 협업을 하며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모든 회사가 최고의 화장품을 만들고자 노력을 한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로 인해 어떤 제품은 히트 제품이 되고, 어떤 제품은 초도 생산 후 단종되어 버린다. 이 경험을 식물 영양제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 아버지와 의논하였고, 아버지도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기에 우리는 바로 의기투합하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부자의 프로젝트 현재 진행 중

 

우리는 임무를 명확히 나눴다. 아버지는 비료 공장 사장님과 제품 개발을, 나는 브랜드 신규 런칭을 위한 모든 사항을 맡았다. 각자의 본업이 있음에도 아버지와 처음으로 함께 하는 프로젝트였기에 더욱 신경을 썼다. 우리는 프로젝트가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틈날 때마다 대화를 많이 했다.

 

액상 비료는 원가가 높아지더라도 식물에게 좋은 것을 쓰자는 아버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드렸고, 제품 디자인과 브랜딩은 화장품을 만드는 아들의 의견을 따라주었기에 큰 불협화음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 6개월간의 길었던 개발 과정 끝에 드디어 우리 부자는 6월 첫 제품을 런칭했다.

 

사실 우리 부자는 평소 대화가 많이 없었다. 다만, 술자리에서는 술의 기운을 빌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선 대화를 하는 횟수가 많아졌고, 더 자연스러워졌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말을 하니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 것이다.

 

우리 부자가 런칭한 첫 브랜드는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다. 특히 희귀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정말 좋아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우리 제품을 좋아한다. 해외 브랜드 사장님들에게도 우리가 만든 식물영양제를 선물로 증정을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뜻하지 않게 수출을 하기도 했다.

 

브랜드 런칭 2달밖에 되지 않아 아직 성공을 논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환갑이 넘은 아버지와 불혹의 아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한 번의 성공을 거두었다. 바로 마음의 부자(富者)가 된 것이다.

 

우리 부자의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이다.



[덧붙이는 글]
임동훈 넥스트팬지아(주) 대표이사. 평택대학원 국제물류학 석/박사. 창업사관학교 외부멘토. 국제 화장품 전시회 세미나 연사. 안성초/안청중/안법고등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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