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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0-19 07: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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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낯이 설다’, 친구와 친구 시부장례식에 가는 동안 나눈 대화다. 아직도 죽음이란 말에 약하여 그길 힘겹다.

 

누군가를 보내는 애도의 장소를 가는 일이 잦아진다. 축복과 애도의 길에는 꽃이 있다. 만발한 흰 국화가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한다.

 

무속주의자도 아닌데 장례식장에서 음식 먹는 것을 꺼려하고, 다녀오면 현관입구에서 소금을 뿌리고 들어가는 습관이 있다. 의례적 인사만 하기에는 친한 친구 시부상이라 조심스러운데 함께한 친구가 붉은 것에 대한 조언을 한다. “영희야, 붉은 것은 산 사람을 위한 일이니 육개장 꼭 먹자.”, “나 배고파.”,라고 한다.

 

육개장을 필두로 멸치 꽈리고추볶음, 도라지오이무침, 코다리 조림, 인절미, 수육, 방울토마토과일이 죽은 자가 산자에게 마지막 내미는 음식이다. 맛있게 먹고 떠나는 자에 대한 거룩한 웃음은 국화꽃이 대신한다.

 

육개장은 쇠고기를 삶아서 얼큰하게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국이라고 되어있다. 홍두깨살, 사태살, 업진살을 푹 고아 이열치열 기운이 담긴다는 뜨거운 음식이다.


한오백년 인생의 한과 흥겨움 낮은 음역으로 노래한다. 영정에 오른 엘이디 전광판 그의 이름은 느슨한 삶의 속도다.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후렴)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고, 한오백년 살자는데 왠 성화요

 

성화를 부린다고 달라지지 않는 뒤안길은 그래서 부질 없다하지 않던가. 육개장을 검색하니 참 재미있는 말들이 나온다. ‘촌년이 아전 서방을 하면 갈지자걸음을 걷고 육개장이 아니면 밥을 안 먹는다.' , 변변치 못한 사람이 조그만 권력이라도 잡으면 분수도 모르고 잘난 체하며 아니꼽게 군다는 말이라 했으니 어원이 가진 깊은 매력은 어쩔 수 없다.

 

음식을 음미하는 시간이었다. 산사람이기에 더 열심히 먹은 육개장에 부질없는 삶 종용한다. 이 국물이 이렇게 달콤한 경전이었다니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소중하다는 것 얼큰한 붉은 국물에서 깨닫는다. 슬픔과 기쁨은 하나로 가는 따뜻한 의문 부호이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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