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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09 07: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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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문맥, 어법, 독해력이 무너진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국어가 지닌 본질을 모든 시험의 적용, 수단으로만 여기게 되지는 않을까 심히 걱정 된다.

 

물든 벚나무 잎, 느티나무 갈잎과 노란 은행나무 잎이 바람에 덤블링을 한다. 가을이 되어 잎이 시들면 엽록소 파괴로 잎 속에 가려진 색소 변환이 단풍이라 하니 순간 불어오는 바람처럼 불교의 연기법緣起法을 이해하게 된다.

 

<</span>온 힘을 다해 현재를 살아라>법정스님 글 모란처럼 뚝뚝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게 얼마나 산뜻한 낙화인가를 읽으며 한참을 생각한다. 아직 꿈을 펼치지 못한 못다 핀 꽃송이, 젊은 청춘들을 잃은 시간이다.

 

청춘의 시대를 열정으로 채우는 일은 젊음이 주는 권리, 우리도 한때 그 패를 지니고 반항과 항변, 방황, 분노, 치기로 몸부림치며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는가. 노랗게 빨갛게 물든 울음에 동요되어 삶이 쓸쓸하다는 감정을 배우지 않았는가.

 

꽃잎이나 낙엽을 책갈피에 끼워 무거운 것을 올려 납작하게 눌러 말린 것을 압화라 한다. 한번쯤 손 편지와 함께 보낸 추억이 있을 것이다. 누렇게 변색된 낡은 책속에 잊고 있던 잎이 늙지도 흐트러지지도 않은 채 발견된다. 참 순수했던 이십대는 갔지만 나를 기억하는 마른 잎을 추억으로 울어주는 조문객은 결국 나 자신임을 깨닫는다.

 

시대(나이를 분별하는 대)마다 나와 당신과 그들이 겪고 걸어가는 시간은 같기도 하며 상이하기도 하다. 분별력, 인성, 혜안, 예지로 건강하고 첨예한 세상을 꿈꾸는 것은 긍정적 사고이며 지극히 합당한 분출이다.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지만 그 또한 절망과 상실의 물음이 아닌 평화가 존속된 물 흐름 따스한 풍요의 시기를 말함으로 여겨진다.

 

상실, 그 두께는 마음에 쌓은 슬픔의 표피와 같아서 부실공사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젊은이를 잃은 대한민국은 조의弔意로 황망한 예를 지켜야 한다.

 

다시 바람이 분다. 잠시 멈춘 낙엽이란 형체도 풍장의 도안으로 들 기도할 시간이다. 낙엽이 밟히는 일은 아픈 것이 아니라 밟혀야 숭고하게 가는 것이니 그 기억 지울 시간까지 사람이여, 마음의 바람이 시원하다 여겨질 때 아프고 예쁜 꽃송이들 놓아주자.

 

놓아 줄때 새로운 연속이 오는 법이니, 복구하자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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