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꽃이더냐
간신히 피었다는 생각이 든다
포기하지 않고
핀 꽃은 눈물이 난다
바늘귀만 한 작은 꽃이라고 해서
작은 꽃이 아니다
잊지 말라고 눈에 들어박혀서
작은 꽃은 아프다
들꽃을 찾아 즐거웠던 세월이 많았다. 초목이 꽃을 피우는 건 종족 번식의 본능이겠지만 저마다 크고 작아서 보고도 못 본 체 지나치는 작은 꽃이 더러 있었다. 용케 바늘귀만 한 꽃을 만나 의식 속에 가두는 건 천행이다. 그 앞에 무릎 꿇고 떨리는 손을 내밀며 신성神性을 느낄 때 눈물이 난다. 진실은 경험해 보지 않고는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ㅡ시작노트
범신론(pantheism)은 자연과 신의 대립을 인정하지 않고 일체의 자연은 곧 신이며 신은 곧 일체의 자연이라는 종교관이다. 평소 산천으로 다니며 수석 채집 등을 하는 시인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꽃을 발견한 후 손을 내밀어 신성神性을 느낄 때 눈물이 난다고 했다. 자연 혹은 신과 합일이 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나석중 시인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2005년 시집『숨소리』로 작품활동
시집 『저녁이 슬그머니』 외,
시집 『저녁이 슬그머니』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1년 제 2차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