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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02 10: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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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사이로 웃자란 잡초를 뽑았다

피가 났지만 생각보다 아프지 않아보였다

 

뜯을 곳이 또 있나 여기 저기 살펴봤다

얼마나 뽑고 씹어댔는지 상처투성이

파이고 찢긴 상처는 황무지에 피어난 붉은 꽃

불안의 향기를

온전히 흘리고

 

거미줄에 버둥대는 나비

살기 위해 하얀 날개를 뜯어냈다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나보다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너는

나비가 아닌 상처

불안이 기어가고 불안이 걸어갔다

 

회사를 뽑아냈을 때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나보다

친한 형을 뽑아냈을 때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나보다

그녀를 뽑아냈을 때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나보다

뽑혀진 것은 아프지 않다

세상 그 어떤 것이라도

 

날개 없는 나비 기어가다 멈추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너 없는 침대 위에 말린 몸을 묻고 오지 않는 잠을 불렀다

 

내가 없는 것 같다

그것은 아프다

 

 

 

 




주체적 생각 작용인 사색思索에 비하여 사유思惟'' 외의 대상을 두루 살피는 생각이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로 상처받고 아프기 십상이다. 통증에 휩싸인 스스로를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기는 무척 어렵다. 그렇지 않다고 한들 다시금 통제하기 어려운 생각의 번짐으로 쉽게 고통받을 수 있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인은 자신을 비롯한 주변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무아無我를 이야기한다. 무아無我''가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이론이 아닌 고정불변의 실체로 여겨지는 것들에 귀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만상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늘 변한다. 상처든지 불안이든지 시인은 사유의 시선으로 만상의 과정을 지켜볼 뿐이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김진우 시인

 


한국후지쯔 ITA컨설턴트 역임

JM수학 원장()

미소문학 신인상 수상(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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