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숨고 싶을 때 립스틱을 바른다
잎맥 같은 수많은 주름들
립스틱 색깔이 짙어질수록 거짓이 깊어진다
립스틱야자 몸통이 붉다
붉은 몸통에서 뻗어나간 거짓말은 열대성
불안이란 말엔 피가 돌아 립스틱은 더 자란다
그는 유리한 귀로 듣고 나는 유리한 입으로 말하고
어쩌다 진담이 튀어나와도 실온에서 살 수 없다 진담은 저온성
공존할 수 있을까
줄기가 귓속에서 빠져나가는데
불완전이란 속이 먼저 붉어지는 것
립스틱야자와 그 말의 종자를 젖은 수건에 펼쳐 놓아도
거짓과 참을 가려낼 수 없다
15°C
에어컨이 돌아가는 방
진실하지 않아서 야자가 살 수 없는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사랑받는 우리의 거짓말
삶은 소통이다. 진실을 기반으로 의사를 주고받지만 때로는 불가피하게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모두가 만족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각자의 생각과 판단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아 사실과 다른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와 이로 인한 왜곡 해석으로 사람들은 불완전한 삶을 자책하거나 죄책감을 가지게도 된다. 이탈리아의 배우 비토리오 가스만은 "우리의 불완전함은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도록 한다. 이를 해결하려 노력하며 우리는 용기를 찾는다."라고 했다. 의도와 다르게 소통이 가져오는 불완전함이 있다. 어쩌면 불완전함 속에서 완전함을 찾는 여정이 삶의 본모습이 아닐는지. (박용진 시인/평론가)
진혜진 시인
2016년 《경남신문》신춘문예 당선.
2016년 《광주일보》신춘문예 당선.
2016년 계간《시산맥》등단.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제11회 시산맥작품상 수상
도서출판 상상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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