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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14 12: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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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나갔다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양말을 벗는 것이다. 신발 안에 갇혀 종일 종종걸음 쳤을 발을 양말 감옥에서 풀어주는 미안한 마음의 도리다. 큼큼 냄새를 맡으니 진지하고 성실히 살아낸 하루의 땀이 범벅되어 발가락 사이에 배여 있다.


발이 답답한 채로 간기의 시간을 버틴 걸 생각하니 마안함에 씻기도 전 발을 주무른다. 맛사지를 배운 것은 아니지만 발가락을 손가락 사이에 넣어 튕기기도 하고 근육의 혈을 더듬어 누르며 시원한 부위를 눌러준다. 어떻게 만지면 발이 편안해하는지 알고 있어 현란한 주무르기 신공이 동원되어 릴렉스 시킨다. 내가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에게 주는 숭고한 율동이라 그가 받는 감동을 함께 느낀다.

 

곧 엄마의 기일이 다가와서인지 엄마가 보인다. 늘 그러하듯이 형체는 없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엄마 꿈은 살아생전 고생만 하셔서그런지 먹먹하기 그지없다. 나이를 먹고 보니 엄마의 시간 거쳐 산다는 걸 깨닫는다.

 

엄마는 엄지발가락 아래 둥근 뼈가 기형적으로 유난히 튀어나와 하얀 코고무신을 신으면 양쪽이 다 바닥에 닿을 지경이었다. 딸들도 엄마의 유전자를 받아 불거진 발모양을 가졌다. 나도 예외일 수 없어 조금만 굽 높은 신발을 신으면 한발자국 떼기 전 통증이 나서 견디기 괴롭다.

 

생활이 어려워도 어린 우리들을 보면서 시장에서 배추와 무를 파시던 엄마의 노점상 아직도 눈에 훤하다. 손가락 갈퀴손 되어도 발이 아파도 한숨을 쉬거나 울음을 모르던 깊은 주름과 깊은 눈동자로 세상을 견뎌내신 고결한 엄마는 지금 어디에 계실까. 발을 주무르며 참 많은 상념을 끌고 왔구나.

 

깊은 밤이었다. 전등 희미한 집 엄마 옆에 앉아 우리들은 엄마의 흰머리를 뽑았다. 엄마가 지금 내 나이보다 더 젊은 시절 보답으로 하얀 밀가루 전을 부쳐오셨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시식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요즘 발이 아프다. 붉은 발진이 돋고 가렵다. 하루를 견디는 내가 있듯이 발도 함께 나와 동행하고 어루만진다. 발이 아름다운 형체로 살기는 내 얼굴보다 어렵다. 발이 가진 어두운 숙명이라 하기엔 아픈 손가락에게 미안하다. 당신은 왜, 발이고 손이고 얼굴이고 몸입니까, 물으면 쉽게 대답할 수 없지만 발이 있어 몸뚱이가 걸어가는 것이니 너무 어려워하지 말자.

 

양말을 벗으니 시원하다. 양말의 혐의도 감싼 죄이니 모두를 심문하기에 지속가능한 형벌을 구해다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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