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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08 07: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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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가끔 시골 마을 홀로 사는 독거노인 생활을 다른 다큐를 보게 된다. 퀭하고 멍한 눈동자와 불편한 몸 유모차에 의지하며 걸어가는 노인 모습이 가슴에 남는 걸 보니 나의 시간도 빨리 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때는 먼 후일의 일로 여겼었는데 마을 입구에서 아들 딸 손자를 기다리는 그들 모습을 보며 이제 내가 그길로 들어선다 생각하니 감정 정리가 힘들고 혼란스럽다. 순리를 받아들여야하는 시점에서 왠지 서글퍼진다.

 

주변 사람들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두고 그 어른 위치에 따라 모처럼 마음이 들떠있다. 오랜만에 평화롭게 만나는 부모 자식 간 해후가 얼마나 귀중한지 일깨워준 바이러스의 시간 앞에 사람들은 겸손해져야 한다.

 

결혼 1년차 신혼인 아들부부가 온다고 하여 며느리가 좋아하는 감주를 달였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했는데 시아버지 투병으로 병원문안을 다녀와 집에 잠시 들른 아들내외를 안으며 삶이 사랑임을 말없이 깨닫는다. 너무 반갑고 반가워 무어라도 먹이고 싸주기 바쁘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었다니, 만족한 내 삶이 너무 좋아서 행복을 타이핑하는 미소가 커진다.

 

병원비보다 더 많은 간병비용을 두 아들이 대고 있다. 사는 일이 여유롭지 않은 각박한 시대를 부드럽고 온유하게 컨트롤하며 사는 두 아들이 고맙다. 달달한 감주를 마시면서 짧고 굵은 대화를 나누었다.

 

갓난아이로 내게 와준 그들이 품을 떠나 둥지를 떠나, 자신만의 시간 위를 걸어가듯 나는 떠난 것들을 냉정하게 내려놓는다. 버리는 일 쉽지 않은 일임을 수 없는 독백으로 엿기름처럼 거르고 가라앉힌다.

 

그냥 살아가는 매일의 시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향기다. 내리고 멈춘 빗소리처럼 상봉의 시간이 가고 나는 또 적막을 멍석으로 깔아놓는다. 잠시 산책을 하고 새들의 시끄러운 소리를 듣는다. 새들에게서 비바람에 흔들렸을 집 불평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 생존 지혜와 저력을 배운다. ‘새들의 스승은 누구일까’,아무도 알 수 없는 그들의 해법이 궁금해 물어보아도 솔루션은 없다.

 

엄마. 어제 너무 빨리 일어나서 죄송해요, 조만간 다시 들릴게요.”,처가댁에 들려 종일을 보냈다는 아들이 전화를 했다. 이 세상은 음반 같아서 어디서든 행복한 멜로디 울리면 그저 만족할 따름이다. 비 개인 숲길은 숨쉬기 좋다. 내 평온의 온도도 이러 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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