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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6-13 10:42:19
  • 수정 2018-06-13 10: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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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전대미문(?)의 투표장 이야기로서, 50평생 겪은 투표장 분위기의 선입견(?)을 한방에 날려 버린 이야기다.


▲ 서운면의 한 투표소에서 오전 6시부터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큰 기표소는 장애인용이다.


아침 5시 47분 아내와 내가 투표장 도착.

벌써 입구에 어르신들이 대기 중이다.


" 아~~ 빨리 시작혀"

"좀만 기다리셔. 6시 땡 쳐야 시작하는 규"


어르신들은 나라를 구할 기세다. 이러니 나라가 좀처럼 안 바뀌고, 생긴대로 살아왔으리라.

참관인 서명을 스티커용지에 한다. 투표함이 이상이 없는 지 서로 확인한다. 투표함을 봉인한다. 서명한 스티커를 투표함 손잡이에 붙인다.


그 투표함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스친다. 4.19혁명 당시 부정선거역사, 투표 시 제기된 수많은 꼼수와 부정논란, 투표장을 통해 선출된 수많은 정치인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그동안 겪어온 수많은 시행착오 등.


이제 본격적으로 투표시작이다. 첫 손님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어르신들이 한달음에 투표를 한다. 아마도 일찍 투표를 마치고, 해가 약한 아침에 밭일을 조금 하시려나보다.


안내원 4분은 3끼를 움직이지 않고 여기서 해결해야 해서, 아예 전기밥통을 들고와 밥을 하신다. 와~ 안내원의 애환이다.


큰 기표소는 장애인용이랍니다. 휠체어타고 오신 분을 위한


기표소가 3개씩 총 6개다. 이번 선거가 찍을 사람이 많아 두 차례나 걸쳐 한다. 그런데 잠시만. 왜 3개 기표소 중 하나는 크고, 둘은 작을까. 관리관에게 물었다.


" 아~ 그건 큰 기표소는 장애인용이랍니다. 휠체어타고 오신 분을 위한......". 아하! 이 일하니까 이런 비밀도 알게 된다.


투표할 때와 참관인 할 때의 투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그동안 경험한 투표장 분위기는 엄숙하고 거룩했다. 지금 투표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못해 '포복절도'다.


알고 보니 정당참관인도 안내원도 심지어 투표하시는 분들도 모두 지인들이다. 잠잠할만 하면 농담이 터지고 연이어 웃음폭탄이 터진다. 이 거룩한(?) 투표장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 여기서 노래 불러도 되고, 춤도 추도 되여" 란 안내원 아줌마의 말씀에 또 한 번 웃음바다.

" 입고 오신 몸빼가 잘 어울리셔"

"엄니는 오랜만이셔"

"영철네 소가 새끼 낳았댜~"

"저사람 서운면서 포도밭을 크게 하신댜~~"


허걱! 투표장이라기보다 만남의 광장 또는 사랑방이 따로 없다.


어르신들 중 종종 입구가 아닌 출구로 들어오시는 분이 있어, 또 웃는다. 현매초등학교 다목적실이 방향만 다를 뿐, 입구와 출구가 비슷하게 생겨 발생한 상황이다.


투표장 내 투표코스를 관리관이 은박지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안내원 아줌마 왈, "이 길을 관리관님이 만드신 겨?" 관리관 왈, " 왜요, 길이 맘에 안 드셔?"라시니 투표장 내에 웃음폭탄 투하. 어느 새 공무원인 관리관도 이 분위기에 동화된다.


손님이 없으면 모두 만담과 수다 분위기다. 가다보니 손님이 있어도 만담 분위기다. 오늘 오전 내내 심심할 새가 없을 예정이다.


이제 밥들 드셔


▲ 밥과 반찬 몇 가지가 세팅되어 있고, 자신들 몇 분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참관인과 관리관들까지 배려한 밥상에 맘이 따스해진다.


아침 8시경, 안내원 아줌마가 말씀하신다.

"이제 밥들 드셔"


헉. 이분들 도대체 정체가 뭐지. 출장요리 팀인가, 투표장 전문 출장 팀인가. 커튼 뒤로 가니 반찬 몇 가지가 세팅되어 있다. 좀 전 밥통으로 한 따끈따끈한 밥과 시골반찬이 꿀맛이다.


이렇게까지 되니 문득 궁금해진다. 다른 투표장도 이럴까. 관리관이 말한다.

" 아마 여기 서운면만 이러실 규".

누군가 또 말한다. "서운면에 와서 이러지 않으면 서운 허지 호호호"


투표시작 2시간도 채 안됐는데 정말 스펙타클하다. 심지어 반찬들이 다 맛있다. 하루 종일 있을 생각에 쌀을 자루 채로 가져 오셨다. 자신들 몇 분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참관인과 관리관들까지 배려한 밥상에 맘이 따스해진다.


은박지 화살표가 떨어지니 안내원아줌마가 일일이 다시 붙인다. "이제 우리 모두 출장 한팀 같어유 호호호". 사실이다. 우린 이미 같은 밥솥을 대한 한 식구다. 흡사 미리 짜고 온 이벤트업체 출장 원팀 같다.


▲ 생전 처음 아내랑 투표참관인 체험기를 보내온 송상호 시민기자 부부


이밖에도 오전 내내 웃음에피소드가 차고 넘치지만, 독자의 피로를 감안해 이만 줄인다. 궁금하면 개인적으로 찾아 오시라.


그러고 보니 우리 부부도 특이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부부가 한 곳에서 참관인 하는 경우니까. 오늘 모든 경험들이 유쾌발랄하다. 오전 6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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