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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불안 / 장지선
- 공포가 풍선인 듯 잔뜩 부풀어 올라웃음소리를 날려버리고침묵을 분사한다 익숙한 일도 허둥거리게 하며날렵한 손도 오늘은초보일꾼처럼 굼뜨다 ...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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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선 / 유병란
-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나를 무던히도 괴롭히던 남자 동창을 만났다심술과 장난기 가득한 얼굴은 간데 없고의젓한 중년 모습이 낯설다 초등학교 3학...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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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꽃무릇에 기대어 / 김미선
- 여름이 기울자 천상에 기댄 사랑이 붉은 변주곡으로 출렁인다선운사 도솔천을 가로질러오로라 피어오르고불굴의 심장들이숨 가쁘게 내달린다경계를 뛰...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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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오늘도 파랑새가 태어난다 / 권이화
- 무대 위에서 파랑파랑 어깨를 팔랑거리며곧 쓰러질 힘으로 버틴다고 당신이 울 때 파랑새는 태어난다 파랑파랑 노래를 부른다 당신이 걸었던 해...
-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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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비, 너무 많은 느낌표 / 김성희
- 떠들어대듯 쏟아지는 빗줄기는허공의 테마, 오감을 부풀리는 합창 사라진 봄꽃이 내 기분에 관여하듯이빗소리에 역류하는 먼 시간의 행방을 묻는다 ...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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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안녕, 바다 / 신진향
- 어쩌면, 벌써 파도가 시작되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 습관적인 출렁임이 쌓여 굳은 살을 가지게 되면 뜨거운 물도 만질 수 있는, 연약한 것들의 연약하...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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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흰색 크레파스 / 예경숙
- 키 크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야 넌 킷값도 못하니? 흰색은 쓸모없어 쓴소리 들으며 구석자리로 밀려나기도 해 그렇다고 눈길 한 번 받지 ...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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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별멍 / 류옥진
- 해발 850미터 고지 황매산 중턱자유를 담을 빈 마음이 별을 기다린다성급하게 나선 손톱 같은 낮달이내 기다림을 초라하게 할지라도까만 어둠이 온 세상...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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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눈 사람 / 김인정
- 눈이 오네요사각 테이블 아래 발자국 두 개가 울고 있습니다누구를 기다리는 걸까요아하! 눈사람이었군요 낡고 긴 의자에 홀로 앉아 더 커다란 눈사람이 ...
-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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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야행성 / 박춘희
- 빛이 들지 않는 지하 방은 편안한 안식처이다 눅눅하고 부드러운 습기가 있는 곳 열심히 땅굴을 파서 멋진 터널을 만들고주름진 터널이 지면 위를 기어 ...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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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증거인멸 되다, 남산동 / 안윤하
- 반월당에서 보현사 지나대도극장 앞 단팥죽점방 지나남문시장의 사탕가게 지나닷새 만에 열리는 우시장 지나물비누 팔던 비누공장 지나도랑의 작은 다...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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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집게 / 류봉희
- 소라게가 지나간다등에 소라가 없으니이젠 집게가 되었다. 바닷가에 빗물이 스며들 때어딘가 모를 허무어깨가 흔들리는 듯 하다. 아무것도 없다, ...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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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인간 / 김백비
- 얼마나 쉬이 사라지는 다짐이고얼마나 쉬이 사라지는 영원인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난제와 모순을 의미하는 아포리아(ᾰ̓πορῐ́ᾱ, a...
-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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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찬물 / 성영희
- 그립다는 말이다여차하면 꽁꽁 얼어버리겠다는냉정한 의중이지만사무치게 얼었다가서서히 녹았다는 증거다먼 우주도 지구가 그리우면별빛으로 지...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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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물의 여행 / 채순자
- 뭉개구름을 배처럼 띄우고라일락 향기 소담히 담아안개 속을 뚫고 그대 찾아 나서네 나는 물이 되어실개천이 되어 휘도는 물굽이에서 그대라도 만...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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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우럭매운탕 / 윤여선
- 수족관은 물 반 고기 반이다명함처럼 붙어있는 살생부손님 손가락에 운명이 갈렸고사형선고를 받은 우럭이 단두대에 섰다 사망 소식을 접한 유가족...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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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왕성한 허기 / 강나루
- 무엇이 지나갔는지 감나무 잎이 모두 먹혀버려그물 같은 섬유질만 남아8월 염천에땡감만 파랗게 달려있다 지난겨울 눈 한번 안 내리더니병충해의 씨앗이...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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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부대찌개 / 고계숙
- 제각기 사는 방식 다르지만 미숙이는 김치 맛계숙이는 햄, 소시지 맛신정이는 버섯 맛미경이는 파, 마늘 맛효원이는 다진 돼지고기 맛 반갑게 ...
-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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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단추 따라 하기 / Daisy Kim
- 이름을 뒷면에 고정시킨 너는 내일의 색이 자주 궁금하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에 대해 혹은 젠더의 불평등에 대해 대립한다 네...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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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목적어를 잃어도 이머시브 연극처럼 / 박용진
- #유사 인간 한토막의 기사를 보고 결빙이 된다 나빠지는 시력을 탓한다 빗물받이에 붙은 얼음에도 날이 있을 거 같아가볍게 튈 물보라에 뒤로 물러...
- 202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