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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07 07: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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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늘소 한 마리가 백운대를 기어간다

일그러진 턱으로 기우뚱 

한 쪽 남은 더듬이를 지팡이 삼아 

화강암 바위의 거친 돌 틈새를 짚어간다   

               

큰 턱을 치켜들고 목청껏 자리다툼을 하다가 

상처투성이로 밀려난 것일까

               

해발 836m, 백운대에서 

천연기념물이 된 내가 방향도 모르고 

땡볕 속을 무작정 기어가고 있을 때

 

“이놈아 타 죽겠다.”                

누군가 내 등을 살며시 집어 숲 그늘에 놓아준다.

 

               -시집 『뻐꾸기창』에서

 

 




장수하늘소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종이다. 자칫 사라질 수도 있는 생물을 삶에 대비시킴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다. 일그러진 턱, 더듬이, 지팡이를 땡볕을 걸어가는 번뇌의 형상화로 우리 스스로임을 나타내며 3연에선 장수하늘소로 화자가 바뀐다. 살아가면서 언제든지 고통받는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은 시작노트에서, 멈추면 남에게 뒤질까 봐 질주불휴疾走不休 하는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그늘에 들어가면서 사라지는 그림자, 잠시 쉬어가라고 한다. (박용진 시인ㆍ평론가)

 

 







주경림詩人

 

1992년 ‘자유문학’ 시 당선

시집 ‘씨줄과 날줄’ ‘눈잣나무(문예기금)’  ‘

풀꽃우’ ‘뻐꾸기창’

한국시문학상, 중앙뉴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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