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0-09-17 08:28:47
기사수정




어머니 가슴 옆에 가슴 속의 가슴에 앉은 아버지는 폐를 베고 누워 호탕한 방귀만 뀌어대고 발가락 새 때만 벗기고 남은 허파엔 동생 동생이 불어라 허파 힘껏 불고 있는데 빨아도 빨아도 빨리지 않는 허파는 너무 좁아 짜부라져 헐떡거리는 엄마를 업고 자꾸만 등에 땀이 나서 미끄러지고 미끄러져서 헉헉 골목길을 달리지는 못하고 기어서 가는 이유는 다리가 아파서가 아니고 허파가 눌려서 가슴 좀 누르지 마세요 어머니 바람이 이렇게 부는데 숨을 못 쉬겠잖아요 그러게 평소에 숨을 쉬라 했잖니 그런 말씀 마세요 어머니 자꾸 숨을 쉬라 할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요 아버지 그 안에서 방귀 좀 그만 뀌세요 담장에 병들을 저렇게 깨서 꽂아놨구나 저 집은 갈색들이고 그 앞집은 녹색이네 딴소리하지 말고요 동생들은 그만 꺼내서 던져 버리고요 그건 브라운이라고요 그래 저 집은 알록달록하구나 우리 집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난 저 색깔들을 보면 토하잖니 어머닌 어머니일 때부터 토했죠 난 나면서부터 토한 걸요 숨을 깊이 쉬세요 어머니가 꺽꺽댈 때마다 약발이 받지 않는단 말이에요 골목을 끼고 골목을 건너 골목을 걸으면서 담장들 색깔이 원래 이렇게 그레이였나요 회색이잖니 아뇨 그레이예요 의도적인 그레이는 슬프지 않거든요 그나저나 가슴 좀 그만 움켜쥐라니까요

    



 

 

가족이란 아귀가 맞는 요철이다. 구성원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요란할 수도 있지만 잘 맞물려 돌아간다. 때론 필요 이상의 정이 넘친다. 지면과 화면이라는 평면에서 시니피앙, 시니피에의 반복으로 다층적 색채 입체미를 가져다주는 큐비즘 시가 반갑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이석균 詩人



대구출생

2016년 계간 문학.선 등단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rtimes.co.kr/news/view.php?idx=14295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안성불교 사암연합회, 부처님 오신 날…
2024 안성미협 정기전
문화로 살기좋은 문화도시 안성
0.안성시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운영
'고향사랑 기부제'
한경국립대학교
만복식당
설경철 주산 암산
넥스트팬지아
산책길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