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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0-04 22:34:18
  • 수정 2022-04-13 07: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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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詩人.

뭉글뭉글 솟은 구름이 순두부 같다. 하늘과 구름, 나무와 풀꽃의 인사를 외면하며 출근하는 아침이다.


은행은 익어 거리에 쏟아지고, 벚꽃 잎은 단풍이 들어 떨어진다. 무심히 보았던 단풍나무 열매는 녹색과 붉은 색이 뒤섞여, 중심은 노란빛을 띠는 나비와 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을 비행을 준비한다.

 

저들의 몸빛이 변해가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 한다. 무심(無心)은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이 없음이란 뜻으로 선명한 초록이 붉은 빛으로 변화하는 것인데. 그 현란한 색의 아우라(Aura), 아우라는 인체로부터 발산되는 영혼적인 에너지라고 한다.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Water Benjamin)의 예술이론이 자연이론과 합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낙엽이 꽃이라면,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알베르 까뮈)

 

서정과 정서가 점점 무색해지는 생의 한가운데다. 사계를 풍부하게 누리던 우리의 계절은 다 어디로 비켜서 있는가,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라고 노래했다. 지친 우리의 사회가 우리를 지치게 만들어 모든 지저귀는 소리를 듣지 못 하게함은 아닌지.

 

한 때, 사람살이의 모토(motto)는 ‘열심히 일하며 살자’였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 통장 혹은 적금을 부으며 달처럼 커졌다. 저 달이 내 생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도 나약한 인간이 자연에 응석하듯 기대는 귀여움이라 생각한다. 보지 못 한 사이 흘러간 시간이 부린 자연의 계율 앞에, 떨어지는 낙엽 한 잎 쌓이고 흩어지는 무심이 있다.

 

노동과 인간은 영원한 카테고리(category)다. 생각해보면 이 영속 아닌 것 없다. 오늘도 절망적 노동을 하고 와서 개운하다. 한 번씩 바라본 하늘과 구름이 나의 영혼에 드리운 초록 바람이었나, 바람이 초록이었나, 생각하니 행복한 바람이 든다.

 

초록 연주는 힘겹다. 그가 준비한 여름의 무대를 걸어가면 도토리와 상수리열매가 바람 일렁일 때마다 후두둑 후투티새 소리를 낸다. 새들의 소리와 열매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산길 걸어가는 아직 아름다운 나그네인 그대,


“사람“(직립 보행을 하고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며, 문화를 향유하고 생각과 웃음을 가진 동물)이여, 다시 아름다운 보행을 시작하자. 어려운 것 아닌데 하늘 바라보며 마음 흘리고 홀리는 일, 초록이 단풍이었다는 한 계절 뜨락을 위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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