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알 몇 개가 둥지 밖으로 떨어졌다
형제를 밀어낸 뻐꾹새의 어깨가 녹아내리고
버둥거리며 떨어지는 알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어미 뻐꾸기
맨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일어나는 새는
대상 없는 절망의 다른 이름
살아남기 위해
알 속에서부터 수천 가지 무늬를
만들어내야 했을까
남겨진 것은 몸보다 더 무거운 공기와
파리하고 서늘한 무의식뿐
탁란의 어미는 날아가고
제 새끼들이 죽은 줄 모르고
먹이를 물고 날아오는 오목눈이 새
노란 부리가 열리며 첫 심판대를 넘는다
부화 기생이라고도 불리는 탁란(托卵)은 생존본능에서 비롯한다. 세상 대부분의 문제는 생존 본능의 과다와 왜곡에서 비롯된다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금전 문제, 남녀의 문제, 질투와 이기심 등 누구나 가진 본능이라고 치부하면서 정체되고 있다. 죽음의 공포를 느낄 땐 생존 본능이 극대화되기도 하지만 인간에겐 지성이라는 조절 기능이 있고 이를 신의 개입이라고 명하고 싶다. 생존본능을 승화시켜야 한다는 딜레마는 언제나 진행형이다.(박용진 시인 / 평론가)
김정임 詩人
1953년 대구 출생.
2002년《미네르바》등단.
2008년 《강원일보》신춘문예.
시집으로『 마사의 침묵』외.
계간 『미네르바』부주간 역임.
계간『문파』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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