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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0-22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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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사이렌처럼 울어댔다 나는 낮과 밤이 왕래하는 창가에 앉아 바람의 세기와 유리창의 흔들림을 바라보며 담장 아래 고여 있는 사계절 꽃물로 낯익은 소년의 머리색깔이나 바꿔 놓고 있었다 사이렌은 요란했다 바람이 되고 남은 오후는 사이렌이 되는 게 분명했다 하나로 모은 귀는 사이렌의 것이었다 그런 후에 천천히 먼지가 되어가는 사람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마른 꽃으로 묶은 날은 골목길을 걸어가도 서러웠다 소년은 낡은 천 조각에 싸여 있던 한번 본 남자보다 더 오래 남자가 되어야할 것이고 사이렌은 슬픔만큼만 창문을 열고 소년 곁에 서 있었다 바람은 경광등 불빛처럼 급하게 달려가고 한번 본 남자는 그보다 더 오래 누워있는 사람들을 이미 만난 적 있다 소년은 창가에 서 있는 사이렌을 머리맡에 옮긴 후에 마른 꽃대로 쓰러진다 태풍이 오고 여름이다 바닷물이 다 쏟아질 때까지 우기이다 해가 바뀐 후에도 사이렌 소리는 요란하고 창문을 열고 있던 소년이 시신처럼 흐느낀다

 

 

 

 


사이렌(siren)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악한 요정들인 세이렌(seiren)이다. 사람들을 파산(破散)으로 이끄는 미혹의 노래는 스스로에게서도 흘러나오고 일상에서 자주 들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상실의 슬픔은 급박한 사이렌으로 환치되어 여운으로 남는다. 모두 사라지기까지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박용진 시인/평론가)

    

 

 

 

▲ 박병수 詩人




박병수 詩人




2009.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 『사막을 건넌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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