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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1-02 08:02:45
  • 수정 2022-04-13 07: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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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詩人

흔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라 말한다.


작은아들이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여 서울에 방을 얻었다. 어린 깃이 있던 자리 튼튼한 새 깃 돋은 그는 가족과 떨어지는 단독의 고립조차 설레어 하는 듯하다. 홀로서기 이소(離巢)가 완전한 어른으로 성장한 아들의 장한 모습이니 마음 놓고 감동하라는 생각마저 든다.

 

아들 방에 있던 피아노가 빠져나갔다. 달밤에 쇼팽의 발라드 두 번째 구성도 서울의 작은 방안에 피어 그를 외롭지 않게 하리라. 클래식의 심오한 서사에 심취해 건반에 내리는 흰 눈 같은 손가락과 몸의 움직임을 보는 엄마에게 발라드를 이야기하고, 외국 어느 곳에서 버스커 공연을 하는 가수 박정현과 헨리의 연주가 일품인 오, 샹들리제를 함께 들으며 내면에 지닌 서로의 서정을 풀어냈다.

 

오늘은 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살림들을 가지러 왔다. 쓰지 않는 2L 에어프라이어, 주전자, 밥솥, 이불, 수세미, 김치, 쌀, 그릇, 식용유등 오만가지 물품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대충 챙겨주었다. 전철을 타고 출퇴근 하는 시간은 절약 되었지만 지금부터 살림남의 시작이다. 스스로 밥과 반찬을 하고, 청소와 빨래를 해야 한다. 어둑한 저녁을 퇴근해 돌아와 공허한 벽을 보며 인생 발라드와 부드럽게 조우해야 한다.

 

흥겹고, 섬세하고, 맑은 소리와 음역이 풍부하여 경기민요를 자주 듣는다. 다양한 삶에서 청춘을 본다. 두 가지 청춘의 예를 들어본다.

 

판소리 청춘가 가사에 ‘소년 몸 되어서 문명의 학문을 닦아를 봅시다/ 청춘 홍안을 네 자랑 말어라/ 덧없는 세월에 백발이 되누나’라며 다소 의미심장한 순응의 자세를 말한다면, 내 애정의 시로 늘 품고 있는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시는 ‘예순 살이건 열여섯 살이건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는 놀라움에 끌리는 마음’ ‘아름다움, 희망, 희열, 용기, 영원의 세계에서 오는 힘’으로 허물어지는 마음을 이끈다.

 

만추로 가는 계절은 수수꽃다리, 꽃범의 꼬리가 지고 있는 사이, 춤추는 나비 같은 가우라(바늘꽃)를 히든카드로 두었다. “나 살아 있어”라고 분명하게 표식을 한다.

흔들리는 아름다운 꽃을 보니 눈물이 난다. 아름답고 미운 것들이 다 사랑이었네. 새처럼 떠난 빈 곳은 비어 있는 게 아니라 공간의 이동이다. 그곳과 이곳에 울리는 모든 일들과 익숙해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청춘의 시기가 가장 파워풀(powerful)한 아들도 겸손하게 그 강약을 조절하는 힘을 가지고 부디 지혜롭기를.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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