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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1-22 11:53:27
  • 수정 2022-04-13 07: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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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詩人

정월부터 섣달까지 달의 순서에 따라 읊은 노래를 월령가月令歌라 한다.

 

연대와 작가는 미상이고 12잡가의 하나로 매월을 노래하는 달거리라 전한다. <농가월령가>,<12월가>,<사친가>,<관등가>가 그러하니 겨울맞이 큰일인 김장을 노래하는 월령가를 아니 빼놓을 순 없다.

묵은지가 떨어지고 텅 비어 있는 11월 김치냉장고 속, 가장 먼저 달랑무우김치(총각김치)가 자리를 잡는다. 간격을 두어 갓김치, 파김치, 청대김치, 무말랭이김치, 백김치, 고들빼기김치, 섞박지, 동치미가 안착을 준비한다. 물론 이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준비하는 가정은 없으리라.

 

없이 살던 그 옛날, 엄마의 손을 거쳐 밥상위에 오른 김치를 생각하면 그 시절 그 가난은 무슨 가난이었는지 다정한 의문이 든다.

 

설명을 하자면 각종 양념이 부실하여 대충 얼버무린 김치와 말린 우거지를 된장에 버무려 쌀뜨물 부어 푹 끓인 우거지 국을 먹고 살아온 생존 신앙은 결국, 어머니란 사랑 손맛은 아니었을까.

 

중순을 전후로 늦게는 12월까지 배추김장김치 월동준비 정점 막이 내린다. 첫눈 내리고 바람 불고 겨울비 내려 찬바람 또 불어오는 겨울밤, 익어가는 김치 한쪽 꺼내어 하얀 쌀밥에 얹어 먹던 찬 겨울은 기억에 영원토록 남아 있는 황홀한 찬미다.

 

풍습과 추억은 나 자신이 이어가는 것이다. 내가 존속하지 않는 영원한 것들이 어디 있는가. 김장에 관한 많은 말들이 있다.

사서 먹는 김치가 현세의 법령이다. 거기에 굴하지 않고 나는 영원히 김치명장처럼 매년 김치를 담아 먹을 것이다. 사 먹는 친구들이 나를 꾸짖을 거란 걸 알고 있다.

 

녹턴을 아는 아들의 전화가 왔다. 라면을 먹는데 엄마의 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이미 가을비는 은행잎을 적시고 모든 잎들을 염하고 있다고.

 

사랑이라는 절차는 오래 두면 식상하고 상하는 법이다. 사람의 사랑과 자연의 의연한 그리움들이 모호한 비로 쏟아지는 계절, 모든 절정이 누운 길마다 청결히 떠나는 가벼움 이네.

 

“자연이란 실내”가 도록이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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