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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2-07 11:21:15
  • 수정 2022-04-13 07: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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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詩人

[유영희의 共感同感] 밖으로 나가고 싶다. 바깥의 변화가 궁금하다. 놓치고 보지 못한 풍경을 그리워하다 12월에 물든다.

 

보일러를 켜자 바닥이 따뜻하게 데워진 집 베란다에서 안으로 들이지 못한 화초가 차가운 달빛에 잠이 든다. 집안 가구와 작은 소품, 돌확을 노니는 금붕어 두 마리, 영혼이 깃든 작가의 미술작품액자, 방금 데운 인진쑥차, 메모장, 둘둘 말린 요가매트, 붓걸이, 일기를 쓰듯 나열해도 소유한 명사의 이름을 적기에 부족하다.

 

그토록 던지고 던진 헛것들이 버려지고, 벼려지기 전까지 각자의 자리에 머물며 산다는 일은 얼마나 많은 투혼을 하였을까.

 

일수를 찍듯 하루와 대면을 한다. 대면으로 가는 길 위 유일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쁨은 ‘나무’이다. 아무런 감정을 품지 않은 저 고달프고 행복한 내유외강의 곧고 우직한 성품을 바라보며 나약한 기복의 나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2층을 오르는 계단 비어있던 둥근 공간 1층 식당 아주머니가 화분을 들였다. 여름내 가으내 방실거리던 꽃들의 웃음 잎과 줄기에 총총 스며든다. 시린 겨울을 날 제라늄, 사군자, 꽃기린, 호야, 나비란 등 그 잎맥 부드럽게 만져주었다.

 

백거이(白居易)의 술을 마주한다는 뜻 ‘대주’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와우각상쟁하사 석화광중기차신.

수부수빈차환락 불개구소수취인.

 

천년의 근심에서 벗어나 순간의 삶을 즐겨야 한다는 넓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 시의 깊은 속뜻은 즐기는 자의 몫이니 나는 김장 후 남은, 뿌리 싱싱한 대파가 차지한 화분의 영토 토닥이고 싶다.

 

밖으로 나가면 안이 그립다. 안은 곧 밖이고 밖은 안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여백을 가지고 있다. 위험한 밖의 일들을 피해 안을 가꾸는 작업을 한다. 안에도 모든 아름다움 담을 수 있다는 아름다운 발상으로 인해 모호하게도 밖의 경계가 부드러워진다.

 

내 안에 00이 있다고 한다. 내 안과 밖은 서로를 안위하는 모스 부호를 두어 사랑하고 공감하는 언어와 사상으로 열려있다. 안과 밖이란 교정 없이도 환한 너, 그 푸름 때문에 청할 수 없는 신비한 잠이 있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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