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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2-14 10:33:50
  • 수정 2022-04-13 07: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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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서우는 내게 조카가 되는 언니의 외아들이 낳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금쪽같은 손자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조금 늦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세 살이 되어도 ‘서우야‘ 부르는 소리에 무반응이다. 다른 주변 소리는 예민하여 잘 놀라고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는다.


몹시 산만하고 엄마 아빠 소리를 하지 않아, 여러 가지 우려를 안고 발달장애 전문병원을 찾았다. 순례를 하듯 여러 병원을 다녔다. 아무런 정보 없이 치료 가능한 맞춤형 병원을 찾는 시행착오 과정이 초보 부모에게 얼마나 애타고 암담한 심정인지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서울에 위치한 유명한 센터에 입소를 기다리는 시간이 수개월 지났다. 한 번에 다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조기 교실 입소까지 1년 이상 대기를 한다.


한 가지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 과정을 관찰하고 지켜보며 주 00시간 기준 월000만원이란 큰 비용이 든다.


서민의 삶이 그러하듯 아들부부 월급으로는 월 감당하기 힘든 비싼 금액의 치료비가 아닐 수 없다. 재래시장에서 평생 장사를 하며 모은 언니의 노후자금이 병원비로 빠져나갔다.


지치고 안타까운 마음은 부모인 조카부부와 할머니 마음보다 더하랴. 프로그램에 따른 검사가 끝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확한 진단 결과는 없다. 혹여 자폐증을 의심했지만 다행히 그와 같은 소견도 없는 상태다.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자료에 따르면 영유아 100명 중 한두 명은 발달장애가 의심된다는 통계가 나왔다고 한다. 병원에서 이뤄지는 각종 치료는 전액 부모 부담이다.


ABA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1.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정부 지원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부재하다. 2. 치료기관/치료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런 원론적 문제 때문에 대안이 시급한 사항이다. 발달장애는 시간과 돈, 부모의 인내가 무궁하게 필요하다.


어쩌면 지쳐서 아이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피지 않는 꽃은 없다. 다만 늦을 뿐이다.’ IQ 53 경도의 지적장애로 특수교육과 특수치료가 필요한 9살 성훈이를 돌보는 위탁모가 대한사회복지회 후원하기에 인용한소개의 글이다.

 

첫눈이 내리는 오늘 언니의 전화다. 모처럼 시장에 데리고 나온 손자를 배웅하는 차에서 정확하게 ‘할머니’를 부르며 배꼽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지금 5살, 등골이 휘도록 사랑과 인내로 쏟아 부은 결과가 보석 같은 말문을 열어주었다.


늙은 언니가 하얀 눈처럼 운다. 한 가닥 ‘희망’의 눈물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보이지 않아도 들리는 눈물이 내 눈에도 내린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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