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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2-17 11: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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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냄새는 어느 곳에나 있기 마련이라

남자의 주검이 구토를 동반해서야

무심한 눈들은 수상한 냄새를 직감했다

주민들 민원이 빗발치자 서장의 닦달은 시작됐다

동네 안을 숨은 그림 찾듯 뒤진 지 사흘째

셰퍼드 임 경장의 눈에 가장 먼저 뛴 건

용도를 알 수 없는 여러 개의 약봉지였다

밀쳐 둔 밥상 위 군내 나는 김치의 최후를

얇은 천 되어 덮어 준 허연 곰팡이

남자 머리맡 뚜껑 열린 가스 활명수 병 옆으로

검은 상복의 개미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열린 방문으로 냉큼 뛰어오른 햇살

눈살 찌푸린 전화기 들었다 내리자

빛줄기 따라 영혼처럼 폴폴 날아오르는 먼지

순간, 임 경장의 얼굴이 훅하고 달아오른 건

역겨운 냄새 탓만은 아니었다

구인난 군데군데 붉은 동그라미 그려진 생활정보지들

죽은 남자의 때 절은 이부자리 옆을 뒹굴고 있다

재떨이 위 수북한 꽁초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발에 밟힌 모나미 볼펜 하얀 몸뚱이가

비틀, 울음을 삼키는지 기괴한 신음을 낸다

 

겨울 양식 비축하는 개미들 발걸음 분주하다

 

    



 

수전 손택은『타인의 고통』에서 연민은 안도감을 포함한다고 했다. 남의 불행을 바라보면서 자신은 한편으로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타인의 아픔에 동정하며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안온한 감정에 대해 선을 긋는 시인은 평소 고독사를 비롯해서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면서 무덤덤해질 법도 한데 타자의 고통에 깊은 몰입을 보여준다. 사망했을 당시를 읊음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영가를 위한 천도를 함과 같은 것이다.(박용진 시인/평론가)

 

    





▲ 천지경 시인

 


천지경 시인

    



 

경남 진주 출생

2006년 근로자 문학제 동상

2009년 불교문예 신인상

2018년 시집『울음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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