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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2-24 10:19:02
  • 수정 2022-04-13 07: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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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詩人

[유영희의 共感同感] “종려나무, 삼나무, 선인장, 올리브나무 등 많은 나무가 우거진 팔마에 와 있어. 친구야 여기 오니 좀 살 것 같아. 더 없이 아름다운 것들과 가까이 있으니, 몸도 나아졌어.” 친구 율리안 폰타나에게 보낸 쇼팽의 편지다.

 

폐결핵을 앓던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일종의 자가 격리를 하던 마요르카 수도원에서<전주곡, op.28-4>란 비통하고 애절한 작품을 만들었다.


클래식 피아노 연습에 깊이 빠진 아들 덕분으로 <발라드 1번>과 <녹턴 야상곡> 서정적 대서사시에 젖어 아름답게 함몰되는 여유를 가진다.


격리는 건강한 사람들로부터 감염자를 분리시켜 놓는 것의 의학용어다. 타인에 의한 강제적 격리를 넘어서 스스로 공간 안에 머물며 단절과 고립으로 지내야하는 시간이 ‘자가 격리’다.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컨테이젼(Contagion, 2001) 영화는 코로나 바이러스 현상과 닮았다고 한다. 빠른 속도의 감염자 수와 죽음, 사재기, 정부 질병 본부의 통제 불능이 현실 공포 불안한 상황과 동일하다.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지인의 부고가 왔다. 오래도록 면회가 되지 않아 자주 뵙지 못한 어머니를 보내는 황망한 마음이 그려진다. 보내는 일이 엄숙하고 예스럽던 절차가 가볍고 단출해졌다. 구름인양 흘러가는 현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이체한다.

 

첫눈 내린 길을 걷다가 겨울을 견디는 풀들을 보았다. 초록으로 빛나는 이름에 흰 눈이 겨울을 입힌다. 울음을 덮은 경계란 애절하고 슬픈 아름다움을 가졌다.

 

살아가는 일에는 크레바스(crevasse)가 생긴다. ‘틈’이란 뜻이기도 하다. 뜻하지 않게 홀로 격리와 고독의 연주를 하며 감상하는 틈의 대상은 ‘누구나’가 될 수 있다. 틈은 비상구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나’자신을 위안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사회적 협동, 재미, 행복이 주가 된다. 초생달 아래 개미, 거미, 새, 고양이가 살바람에 잠든 시간 야상곡이 흘러나온다. 완당의 ‘세한도’가 배경인 유배지에 불면이 와도 슴슴 잠을 부리겠다.

 

‘고독은 무한의 누룩으로 부풀지 않는다’고 정직한 말을 나눈 시인이 있다. 이렇게 부푼 세상도 살아가라는 이유가 있으니 쇼팽처럼 친구에게 고독한 편지를 쓰자.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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