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새털처럼 가벼워서
구름을 향했던 나무에 햇살을 칠해 주면
나무는 새털처럼 날아갈 수 있을까
허공을 버린 그루터기 하나 주워다가
껍질을 벗겨내며
자연에 순응한 이 평온을 들여다보면
내가 날아가는 듯 들뜬 기분이야
나무의 꿈도 새가 되는 것
비틀리고 거친 옹이를 다듬어내자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었을 새의 형상이 자세를 잡지
허공이 쉼터였을 가지런한 안식
그 소박한 형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일은
나이테의 행간을 읽어내는 일
날갯짓이 파닥거릴 때까지
나무의 꿈을 조각 해
나무가 끝내 정복하지 못한
그 어디쯤을 향한 그리움은 옹이가 되었고
둥지를 고심한 흔적은 아늑하기를 바랐지만
매끈이 되었어
옹이 진 마음을 깎아 만든 솟대에
새털구름을 빠져나온 햇살이 비추자
나무의 꿈이 마당을 휘돌아 산을 넘어
나무의 꿈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새털구름을 입고 세상을 날거야
내 꿈을 찾아
훨, 훨.
지난 기억에서 아쉬움은 왜 그리움으로 바뀌는 것일까. 그리움의 전체엔 미뤘거나 돌아갈 수 없음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이미지가 독립된 형태로 자리 잡고 시간으로부터 마모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움의 주변은 넉넉한 공간을 내어준다. 여백의 미를 아는 시인은 이미 행복을 그리고 있다. 무한한 꿈으로 생명을 부여하며 날아갈 수 있음을.(박용진 시인/평론가)
한길수 시인
2015년 시사사 등단
시산문집『살둔마을에 꽃이 피고 시가 되고』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rtimes.co.kr/news/view.php?idx=15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