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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3-31 09:19:00
  • 수정 2022-04-13 07: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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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의 共感同感] 꽃화분 선물을 받았다. 평범한 하얀색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진 분홍과 흰색이 콩처럼 콩콩 박힌 꽃대가 긴 생소한 꽃이다. 주는 사람도 이름은 모른다하여 검색해보니 <루피너스>라 하고 우리말로는 <층층이 부채꽃>이라 부른다.

 

화경이 15~25cm로 푸른색, 흰색, 자색, 연분홍, 황색 등 다양한 색의 꽃이 돌려나기 하며 피는 독성이 많은 외래종 꽃의 꽃말에 놀랐다. “탐욕”과 “삶의 욕구”란 뜻을 가진 상황과 해석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리는 신비한 꽃을 한참 살펴본다.

 

‘사랑의 기쁨’이라는 곡이 있다.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변절한 애인의 맹세가 사랑의 기쁨을 뒤집는 허무한 노래이다.

 

생의 의지를 위안하는 것 중에는 잔잔하고 소소한 작은 기쁨이 중요하다. 기쁨과 즐거움이 함께 어울려 흥이 오를 때 삶의 욕구는 탐욕이 아닌 욕구로 일어난다.


탐욕은 지나침이다.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 감독의 영화 <탐욕>은 황금 때문에 타락해가는 인간의 이기와 사악을 이야기 한다. 영화의 내용은 독자의 궁금증으로 남기고 싶다.

 

루피너스(lupinus)는 토질을 황폐화 한다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채우지 못할 욕심과 기대로 번민에 사로잡혀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사는지 루피너스를 돌려보면서 과오를 뉘우치고 화해한다.

 

선물로 내게 온 꽃과 다투지 않고 살려면 배수와 물마름의 중요성은 기본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 화분의 흙이 촉촉하다. 발아에서 꽃이 피기까지 화훼시장에서 이곳으로 오기까지 그 생의 연대기가 애처롭고 대견하다.

 

쓸쓸함이 피어 환하게 눈 뜬 푸른 세계가 나에게 머무는 우연과 행운을 생각하니 인간이 명명한 탐욕보다 욕구는 생의 아름다운 확장이라 말하고 싶다.

 

꽃에게 미안하다. 피느라 수고한 꽃인데 너도 참 의심이 많구나. 생전에 법정스님은 “꽃들아 수고 많았다”라며 참 고마움 드러냈는데 작은 생각주머니를 가진 나의 먼지 언제 훅 털어낼까.

 

꽃들이 만발한 이 봄날 무엇보다 행복하다. 소중한 것들은 빨리 흘러가므로 지는 어느 꽃에도 눈물을 거둔다. 루피너스, 너에게도.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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