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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4-16 07: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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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하늘이 왈칵

각혈하듯 붉은 햇살을 쏟아냈다

시뻘겋게 쏟아진 햇살은

잃어버린 뒷모습에

노을을 만들었다

노을은 그렇게 문득 돌아보게 하는 것

지나온 시간들이

저마다 갈대숲으로

가슴을 저미고

내려앉는 햇살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래 사랑은 그렇게 물들어 가는 것

누군가를 노을처럼 품어줄 수 있었다면,

이름 없이 저물어간

당신의 희미한 발자국을 맞잡을 수 있었다면

그래,

누군가는 토해내고, 각혈하고 또 쏟아내는 것

뜻 없이 흘러가지 않는 것은 없는 것

미풍에 흩날릴 벚꽃이 아직 남아 있기에

붉은 시간이 아직 멈추지 않았기에

나에게서 빠져나간 이름 없는 당신과 눈물 마른 소년과

그리고 어머니

늦은 햇살 아래

노을이 된 사람들

노을이 될 사람들

 

 

    




 

프레드리히 니체의 말에 따라 아픈 기억은 방어 기제로 작동하기에 '나'의 보존을 위해 아픈 기억은 필수라 할 수 있다. 노을을 목도하면 떠오르는 것은 지나간 것들이다. 시인의 시는 기억에 머무는 것들에 대한 반추와 재 의미화를 통해 모두를 아름다운 노을로 끌어들여 그리움에 젖어들게 한다.(박용진 시인/평론가)

 

 

 





황병욱 시인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석사 졸업.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한국미소문학 신인문학상(시부문).

한겨레 손바닥문학상.

여행서『앙코르와트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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