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하늘이 왈칵
각혈하듯 붉은 햇살을 쏟아냈다
시뻘겋게 쏟아진 햇살은
잃어버린 뒷모습에
노을을 만들었다
노을은 그렇게 문득 돌아보게 하는 것
지나온 시간들이
저마다 갈대숲으로
가슴을 저미고
내려앉는 햇살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래 사랑은 그렇게 물들어 가는 것
누군가를 노을처럼 품어줄 수 있었다면,
이름 없이 저물어간
당신의 희미한 발자국을 맞잡을 수 있었다면
그래,
누군가는 토해내고, 각혈하고 또 쏟아내는 것
뜻 없이 흘러가지 않는 것은 없는 것
미풍에 흩날릴 벚꽃이 아직 남아 있기에
붉은 시간이 아직 멈추지 않았기에
나에게서 빠져나간 이름 없는 당신과 눈물 마른 소년과
그리고 어머니
늦은 햇살 아래
노을이 된 사람들
노을이 될 사람들
프레드리히 니체의 말에 따라 아픈 기억은 방어 기제로 작동하기에 '나'의 보존을 위해 아픈 기억은 필수라 할 수 있다. 노을을 목도하면 떠오르는 것은 지나간 것들이다. 시인의 시는 기억에 머무는 것들에 대한 반추와 재 의미화를 통해 모두를 아름다운 노을로 끌어들여 그리움에 젖어들게 한다.(박용진 시인/평론가)
황병욱 시인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석사 졸업.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한국미소문학 신인문학상(시부문).
한겨레 손바닥문학상.
여행서『앙코르와트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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