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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4-16 08:01:39
  • 수정 2022-04-13 07: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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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의 共感同感] 커피볶는집<</span>아미>는 신궁리 한적한 곳에 위치한 분위기 좋은 엔틱 카페다. 주인장이 직접 모은 수많은 엔틱 소품, 광목에 손수 수놓은 수예품과 식물로 넓은 실내를 감각 있고 조화롭게 꾸며 들어서는 순간 행복해진다.

 

유럽풍 쿠션에 기대어 통유리창으로 시원하게 보이는 시골 논뷰가 그림 같다. 평화롭고 고요한 마당에 꽃과 나무 작고 앙증맞은 다육식물이 소박한 정원을 이루고 있어 가을까지 꽃 감상이 끊이지 않는 힐링의 공간이다.

 

나만의 정원이 그리운 세 친구가 그 정원이 보고 싶거나 친구 같은 사장님과 꽃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을 때면 언제라도 예쁜 그 방을 예약해 번개모임을 갖는다.

 

자신만의 생의 철학과 신념이 강한 여사장님이 직접 채취하여 손질하고, 건조와 삶는 과정을 거쳐 준비한 각종 나물, 직접 짠 기름, 된장, 고추장, 들깨시래기 된장국 하나에도 모든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인기 점심메뉴인 칠보화반비빔밥 먹을 생각에 군침이 돈다.

 

어제는 모든 초목이 빗물샤워를 하고 오늘은 세찬 바람샤워를 하는 쌀쌀한 날씨다. 아직 여린 꽃과 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사월은 사납고 매몰찬 계절임이 분명하다. 그 화단에는 라일락, 박태기, 앙증맞은 로벨리아, 산들산들 노랗게 고개 숙인 수선화, 조롱조롱 보라색 무스카리, 튤립, 팥꽃나무, 앵초, 금낭화를 비롯하여 지상에 피는 색들이 어둠을 밀어내고 마음 안에 화원을 만들어 준다.

 

봄이 되어서야 찾은 <아미>, 주인장 근황을 알 수 있었다. 어깨수술 7주차, 오일 전 깁스를 풀었다며 노동의 훈장인 아픈 팔을 보이며 칠보화반비빔밥 대신 고들빼기김치와 민들레무침, 귀리영양밥과 무국을 내놓으셨다.

 

모든 것은 아프고 난 후 성숙해지고,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던가. 당신이 먹던 찬과 밥을 맛있게 먹는 우리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 온 인생의 이야기를 조금씩 흘리신다.

 

마흔이 넘어서 영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서울에서 새 삶을 시작 했다. 서툴고 이리저리 치이며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십여 년 수제커피 노하우를 가지고 이곳에서 커피 문화 두 번째 인생을 경작하며, 아들과 부부가 애써 일군 오늘의 아미는 그들만의 슬픔이자 기쁨이고, 영토이자 마음이라 한다.

 

꽃바람 하루, 그녀 이야기가 날린다. 키가 자란 봄날의 소리쟁이보다 더 커진 목소리로 누군가의 역경이 눈부시다. 후루룩, 국물을 넘기는 목에 봄바람 한 숟갈 넘긴다. 바람 같은 인생사가 봄의 노래여서 좋고, 함께 듣고 보는 환한 굴레여서 더욱 향기롭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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